배터리 일병 구하기 비책…삼성·LG는 ‘ESS’ SK는 '합병'
||2024.06.23
||2024.06.23
수요 부진에 따른 성장 정체를 겪는 배터리업계가 포트폴리오 확대와 인수합병(M&A)을 활용해 위기 돌파에 나선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SK는 미래 성장동력인 SK온을 살리기 위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유럽에 새로 설치된 ESS는 23GWh로 전년(9GWh)보다 156% 늘었다. 북미(38%), 중국(47%)의 증가율을 크게 웃돈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2035년 ESS 시장 규모가 약 800억달러(1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 참가해 주택용 ESS 제품으로는 처음 리튬인산철(LFP) 셀을 적용한 '엔블록(enblock) E'를 전시했다.
이 제품은 모듈식으로 팩을 간편하게 끼워 넣어 용량을 조절할 수 있다. 팩을 최대 5개 장착해 15.5kWh(킬로와트시)까지 용량 확장이 가능하다. 실내와 실외 모두 설치 가능하고, 사전 조립된 상태로 운송돼 15분 이내에 설치할 수 있다.
엔블록 E에 탑재하는 팩인 JF1은 개당 3.1㎾h의 용량을 갖췄다. 주택·상업·전력용 등 활용 범위가 넓은 데다 가격 경쟁력도 높아 다양한 고객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고용량 LFP 롱셀 JF2 셀을 활용한 신제품 '뉴 모듈라이즈드 설루션'(New Modulized Solutions)을 처음 선보였다.
삼성SDI도 용량과 안전성을 강화한 삼성 배터리 박스(SBB) 신제품을 공개했다. SBB는 20피트 컨테이너 박스에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 셀과 모듈, 랙 등을 설치한 ESS 제품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SBB 1.5는 내부 공간 효율화로 더 많은 양의 배터리를 적재해 총 5.26㎿h(메가와트시) 용량을 구현했다. 컨테이너 단위 에너지밀도가 기존 제품 대비 37%쯤 향상됐다. 4개의 컨테이너를 서로 맞닿게 설치 가능해 설치 공간을 줄일 수 있다.
삼성SDI는 ESS 시장에 최적화한 미래 셀 라인업 전략도 공개했다. 2026년부터 전력용 ESS 제품에 들어갈 배터리 라인업에 LFP 배터리를 추가,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와 함께 '투트랙' 전략으로 ESS 시장 공략에 나선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사장)는 "초격차 기술경쟁력으로 구현한 SBB 신제품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 출시와 AI 시대 가속화에 따른 신규 시장 개척으로 글로벌 ESS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K는 그룹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조화(리밸런싱)를 위한 쇄신 방안의 하나로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 양사의 합병 검토 배경에는 배터리 계열사 SK온이 있다.
SK온은 2021년 출범 이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해 매년 '조 단위'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예정된 설비투자(CAPEX) 금액만 7조원이 넘는다. SK E&S는 매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계열사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통합이 거론되는 이유다.
SK온을 이끌어온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으로 이동한 것도 이 같은 통합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합병 등 사안은 이사회와 임시주주총회 등을 거쳐야 한다. 주주들의 반발 가능성도 높다. SK는 ‘질적 성장’을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20일 SK E&S와의 합병설에 대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