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기 화성시 리튬 배터리(1차전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150명에 가까운 소방 인력과 장비 50대가 투입됐지만 공장 내 적재된 배터리 3만 5000개 때문에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리튬 배터리는 소재 특성상 소화기나 물로 불을 끄기 어렵고 연쇄 폭발이 수시로 발생해 구조 인력의 현장 진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날 불이 난 곳은 아리셀 공장으로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연면적 2300여 ㎡ 규모의 3층 건물이다. 아리셀은 리튬 1차전지 제조·판매를 주력하는 회사로 사고 당시 현장에는 102명의 직원이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소방 당국은 밝혔다.
화재 발생 시각은 오전 10시 31분이었지만 5시간이 지난 오후 3시 10분께 큰 불길이 잡히고서야 구조대원의 현장 진입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사고 초기 심정지 상태 발견 후 사망한 1명을 포함해 사상자 9명이 발견되고 약 4시간 40분 뒤에 실종자 23명에 대한 수색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실종자 국적은 외국 국적이 20명, 한국 2명, 미확인 1명으로 파악됐으며 오후 5시께 14명이 추가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숨진 근로자들은 지금까지 모두 처음 불이 난 공장 2층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시신은 2층 곳곳에 있었으며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에 흩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셀(배터리를 세는 단위) 하나에서 폭발적으로 연소가 됐다는 목격자 진술이 나온 만큼 소방 당국은 건물 2층에 보관된 배터리에서 발생한 발화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불이 난 건물 2층은 판매용 리튬 배터리를 검수하고 포장하는 작업장으로 3만 5000여 개의 배터리를 쌓아 놓고 있었다. 연락이 두절됐던 23명은 2층 작업장에서 발견됐으며 작업 중 폭발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진압이 제때 이뤄지지 못한 것은 리튬 배터리 특성상 불을 초기에 끄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튬 배터리에 불이 붙었을 때 물을 뿌리면 수소 가스가 발생하면서 폭발하기 때문에 불을 끄는 데 어려움이 있다. 겉으로는 불이 꺼진 것처럼 보여도 열이 남아 있으면 추가 연쇄 폭발이 일어난다. 현장 브리핑을 맡은 김진영 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선착대 도착 당시 내부에 있던 배터리셀이 연속 폭발하며 급격히 불이 번져 진화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리튬 배터리는 금속성 물질이라 물로 진화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장 내 11개 동 가운데 불이 난 곳은 3동이다. 공장 건물이 전곡해양산단 북동쪽 부지 내에 따닥따닥 붙어 있어 있어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지만 소방 당국이 사고 초기 인접 건물로의 연소 확대를 차단하면서 인근 건물로 불이 번지지는 않았다.
방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배터리 사고 위험에도 불구하고 공장 내 방재 설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거나 오작동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건물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대형 물류 창고와 달리 스프링클러 등 방재 시설 설치 사각지대에 놓여있을 수 있었다는 진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방재 업체의 한 대표는 “공장 규모로 봤을 때 스프링클러나 피난 경보 규정을 비켜갔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원인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불이 난 공장 2층에서 외부로의 탈출이 용이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이 있는데 그쪽으로 탈출하지 못한 것 같다”고 답했다. 소방 장비 설치 및 정상 작동 여부에 관해서는 “조사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