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HMM, 화물 운임 고공행진에 ‘활짝’
||2024.06.27
||2024.06.27
항공·해운 화물운임이 동시에 고공행진하고 있다. 홍해 사태에 공급 부족으로 해상운임이 치솟자 화주들이 항공화물로 옮겨가며 항공화물 운임이 함께 상승하는 ‘풍선 효과’를 보인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화물 운임 상승에 힘입어 최고 실적을 기록한 대한항공, HMM의 실적 호조가 재현되는 분위기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 지수(SCFI)는 6월 21일 기준 3475.6를 기록했다. 이는 전주 6월 14일 3379.22 대비 96.38 오른 수치다. 특히 5월 31일(3044.77) 3000선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3000선을 넘어선 건 코로나19 시기였던 2022년 8월 26일 이후 처음이다.
해상 운임 상승세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2023년 12월부터 이란의 지원을 받은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는 ‘홍해 사태’가 꼽힌다. 홍해 사태로 수에즈운하를 지나던 선박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며 해상 운임이 증가했다.
파나마 운하 가뭄 문제도 해상 운임 상승을 부추겼다. 세계 교역량 4~5%를 소화하는 파나마 운하는 1950년 이후 2023년 10월 최저 강수량을 기록해 같은해 하반기부터 운영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파나마 운하의 정상 운영은 오는 10월 가능할 전망이다.
미·중 무역 갈등도 해상 운임 상승에 불을 지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관세 인상 전 수출 물량을 최대한 늘리면서 선박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해상 운임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태양광 패널 등 주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기존 25%에서 최고 100%까지 인상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더불어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캐나다, 멕시코 등 미국 인접국으로 보내는 물량을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화물 운임 역시 증가세다. 국제 항공 화물 운임지수 TAC 인덱스의 발틱항공운임지수(BAI)는 6월 17일 기준 2144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최고치다. 연중 가장 최저점인 2월 26일 1787과 비교하면 20%가량 증가했다.
항공화물 운임 증가는 해상 운임이 상승하며 수요가 항공운송으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된다. 화물 운송 데이터 전문업체 월드ACD는 “홍해 사태로 인한 해상 운송 차질은 최근 몇주간 항구 혼잡과 선박 용량 부족으로 더욱 악화됐다”며 “이는 많은 화주들이 항공 화물을 찾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화물이 항공화물로 옮겨오자 올해 들어 5월까지 국적사의 국제화물 운송량은 집계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적사 11곳의 올해 5월 누적 화물량은 115만4524톤(t)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9년 이래 역대 최고치다. 대한항공은 66만t을 실어나르며 전체 국적사 물량의 57.2%를 차지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30만8000t(31.3%)으로 뒤따랐다. 나머지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분담했다.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화물량은 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물량이 늘어난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항공·해운업계는 화물 운임 상승과 물동량 증가세로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대한항공, HMM 등 항공·해운업계 1위 기업들의 실적 상승이 두드러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HMM의 올해 매출액이 10조832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년 대비 29% 증가한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2조108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대한항공 별도 기준 연간 매출액 15조886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한 전년 대비 9% 증가한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1조8280억원으로 전망됐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