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인사이트] ‘땅꺼짐 탐사대’ ‘층간소음 갈등관리팀’ ‘화장실 문화팀’… 지자체 이색 부서들
||2024.07.07
||2024.07.07
서울 시내 곳곳에서 ‘서울시 땅꺼짐 탐사대’라고 적힌 차량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심각해지는 땅꺼짐(싱크홀) 현상을 막기 위해 서울시 재난안전실 도로관리과 지하안전팀에서 운영하는 차량들이다. 지난 2014년부터 차량들이 가동되고 있다.
땅꺼짐 탐사대 차량은 도로에서 지표 투과 레이더(GPR)로 지하 공동(空洞·빈 공간)을 찾는다. 보통 지하철 공사 과정에서 땅 내부가 붕괴하거나 오래된 상하수도가 부식되면 땅 밑에 구멍이 생긴다. 이런 구멍을 제때 메우지 않고 방치하면 땅이 주저앉아 시민들이 다치거나 교통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지표 투과 레이더는 의심스러운 지하 빈 공간 위치를 파악해 차량 모니터에 사진을 전송한다. 이후 천공(穿孔·구멍 뚫기)을 거쳐 구멍 규모, 지반 침하 위험도를 조사하고 채움재로 구멍을 메운다. 차량이 다니기 힘든 곳은 야쿠르트 카트처럼 타고 다니는 보도형 지표 투과 레이더, 손으로 끌고 다니는 핸드형 지표 투과 레이더를 이용한다.
서울시는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전역 1만8280㎞를 조사해 공동 6394개를 발견, 조치를 취했다. 1㎞를 조사할 때 발견되는 평균 공동은 지난 2014년 0.61개에서 지난해 0.23개로 줄었다. 최근에는 서울시 양재대로, 통일로, 자하문로 인근에서 1.5㎡ 규모의 공동을 발견해 복구했다. 서울시는 올해 침수나 노후한 상하수도 등으로 지반 침하가 우려되는 5000㎞ 구간을 특별 점검한다. 오는 2029년까지 서울시 전역에 지반 침하 관측망(가칭)을 설치해 지하 안전을 과학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천석기 서울시 지하안전팀장은 “시민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주민 수요에 맞춰 생활 밀착형 서비스 제공
전국 지자체에서 주민 수요에 맞춰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색 부서들을 잇따라 운영하고 있다.
서울 중구청은 ‘갈등관리팀’을 운영하고 있다. 층간소음, 흡연, 주차, 쓰레기 투기 등으로 주민들끼리 갈등이 생겼을 때 전화나 이메일로 도움을 청하면 구청에서 조정해준다. 갈등관리팀은 지난 2022년 8월 출범, 지난해 2월부터 갈등 72건을 접수받아 29건을 해결했다. 가정집 재봉틀 진동으로 이웃이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 재봉틀 위치를 바꿔 소음을 줄이도록 했다. 빌라 옆집 나무에서 낙엽이 떨어져 배수구가 막힐 때는 나무 가지치기를 통해 해결했다.
경북 청송군에는 ‘8282 민원처리팀’이 있다. 전등 교체, 콘센트 파손, 여름철 벌레가 들어오지 않도록 찢어진 방충망을 수리해주는 등 생활 곳곳에 있는 사소한 불편을 연간 4차례 해결해준다. 군청에서 민원을 접수받아 빠르면 다음 날, 늦어도 3일 안에 공무원과 기간제 근로자로 구성된 가동반이 현장을 방문한다. 기초생활수급자나 65세 이상은 회당 5만원 이하 재료비를 지원해준다. 일반 가구는 직접 재료를 준비한 뒤 민원 해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빈집이나 창고, 상가 등은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된다.
청송군 8282 민원처리팀은 지난 2022년 9월 태스크포스(TF)로 출범했다가 최근 정식 팀으로 승격됐다. 지난해 6844건, 올해 상반기 3370건의 생활 민원을 처리했다. 청송군 8282 민원처리팀 관계자는 “청송군에는 어르신들이 많은데 집에서 불편한 게 있어도 바로 해결을 못하고 참고 지내시는 경우가 많아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에 불이 안 켜져 어두컴컴한 방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도 계셨는데, 이런 분들께 현장에서 작은 도움을 드리고 있다”고 했다.
◇ ‘깨끗한 화장실’ ‘이산화탄소 절감’ 전담 부서도 운영돼
경기 수원시는 ‘화장실 문화팀’을 운영하고 있다. 수원은 화성행궁, 행리단길(행궁동 카페와 맛집 거리) 등 관광객이 많은 도시다. 관광객이 언제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중·개방 화장실은 약 300개. 화장실 문화팀은 화장실에 위생용품이 제대로 비치됐는지, 청소 상태는 깔끔한지, 세면기 물은 잘 나오는지, 화장실 바닥에 깨진 타일은 없는지 등을 관리한다.
수원시는 지난 1999년 화장실문화팀을 신설, 2002년 한일월드컵 수원 개최를 계기로 깔끔한 화장실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싱가포르 환경청에서 화장실 문화를 배우기 위해 수원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수원시 화장실문화팀 관계자는 “급하게 화장실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편하다고 감사 인사를 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부서도 있다. 경기 광명시는 지난 2018년 8월 기후 에너지를 전담하는 ‘기후에너지과’(現 탄소중립과)를 만들었다. 광명시민에너지협동조합과 관내 도서관 옥상, 시민 체육관 주차장 등에 태양광 발전 시설 햇빛발전소를 설치해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들이 지역 현실과 주민 요구에 맞춘 생활 밀착형 행정 서비스를 더욱 다양하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