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팩트(228)] 안경 장기간 쓰면 콧대 낮아진다?
||2024.08.10
||2024.08.10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안경은 인류발전사에 매우 중요한 발명품 중 하나다. 시력교정용 안경은 대체로 13세기 유럽에서 최초 보급되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안경다리를 귀에 걸 수 있는 현대식 안경이 보급된 시기는 19세기 중반부터다. 이후 안경은 기술 발달을 거쳐 렌즈의 기능과 착용감이 고도화 돼왔다. 현대 들어 콘텐트 렌즈와 시력 교정 의료기술의 발달로 대안책이 생겨났지만 여전히 안경을 착용하는 인구는 많다.
◇ 안경 쓰면 코 변형 온다고?… 안경을 둘러싼 오래된 속설
이러한 안경 착용을 둘러싸고 다양한 속설이 존재한다. 안경을 오래 착용하면 얼굴형이나 코의 형태가 변할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안경을 받치고 있는 코받침 때문에 콧대가 낮아질 수 있다는 속설이 심심찮게 퍼져있다. 인터넷상에선 이와 관련된 내용의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안경으로 인해 코 변형 등을 겪었다고 토로한 글도 있다.
안경의 무게는 귀쪽(귀 바퀴 및 측두부)과 코 면에 힘이 분산되는 구조로 설계된다. 안경의 무게는 테의 종류와 렌즈에 따라 다르다. 일반 금속안경테의 평균 무게는 15~20g 내외다. 티타늄 소재 안경테는 6g에 불과할 정도로 가볍기도 한다. 안경의 기술 발달에 따라 안경 무게는 가벼워지고 있는 추세다.
다만 장기간 안경을 착용하다보면 불편감이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코받침이 눌리면서 자국이 생기거나 가벼운 통증이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거운 안경일수록 이러한 불편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은 편이다. 이에 일각에선 안경이 콧잔등(코허리)을 눌러 콧대가 낮아지게 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한다. 더불어 성장 발달 단계에서 아이가 안경을 착용할 시, 코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그렇다면 정말 안경 착용이 콧대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뚜렷한 상관관계를 입증한 국내외 연구 논문은 아직까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안경광학 학계와 의료계에선 대체적으로 안경 착용이 콧대를 낮출 정도의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 “구조상 콧대에 미치는 영향 크지 않을 것”
우선 안경광학 학계에선 대체적으로 이러한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정지원 수성대 안경광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아직까지 관련 내용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안광학계에선 그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며 “안경의 무게는 귀 뒤쪽과 코로 분산되는 구조다. 무게 중심은 귀 쪽으로 더 가도록 설계되고 있다. 안경에 가해지는 힘이 콧대 등 코의 형태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성장기 단계부터 안경을 착용할 시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그럼에도 어린 시절과 비교해 자신이 코와 얼굴 형태가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정 교수는 렌즈의 착시효과에서 이러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어릴 때는 많이 아이들이 원시 교정 렌즈를 착용한다”며 “원시는 볼록렌즈가 사용되는데 실제 형상보다 크게 보이는 특징이 있다. 이에 안경을 꼈을 때는 거울을 보면 눈과 코 등이 실제보다 커 보인다. 이후 아이의 원시기가 교정돼 안경을 벗으면 이전과 코의 형상이 달라졌다고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조현국 강원대 안경광학과 교수 역시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조 교수는 “안경을 쓰게 되면 코받침 패드는 코의 경골 위에 얹히게 된다. 코는 콧대만 세워 놓은 뼈만 있는 것이 아니라 뒤쪽으로 연결이 돼 있다. 뼈의 강도를 생각했을 때, 안경을 써서 변형이 오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해부학적이나 조적으로 봤을 때 가라앉거나 틀어진다고 보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도 대체적으로 안경 착용이 콧대를 낮출 정도의 큰 영향을 주긴 어렵다는 의견을 보여 왔다. 한 대학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나이와 안경 코받침 위치 등 다양한 변수가 있겠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 콧대의 높이를 낮출 만한 유의미한 영향을 주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 뼈 위에는 연부조직과 같은 살이 있다”며 “그 위에는 근육도 있고 밑에는 지방도 존재한다. 지속적인 눌리면 약간의 변형이 있을 수 있겠으나 콧대를 낮출 정도의 영향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코의 골격과 콧대의 성장은 통상 청소년기에 멈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학계에선 여자는 만 16세, 남자는 17세에 코의 골격 발달이 끝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의 성장이 끝난 이후엔 안경 착용이 콧대에 미치는 영향이 더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 결론 : 대체로 사실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