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연 사장,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마케팅 난항
||2024.08.13
||2024.08.13
홈플러스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유통업계 불황에 최근 티몬·위메프 사태가 겹치며 시장 분위기가 더욱 냉랭해졌다. 노동조합의 거센 매각 반대에 리스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마케팅 전문가’로 불리는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그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경쟁력 향상으로 매물 매력도를 높이는 ‘매각 마케팅’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불안정한 시장 상황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올해 6월부터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성정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대한 매각 작업에 본격 착수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당초 국내·외 유통기업과 이커머스 플랫폼 등 잠재 후보군 10여곳에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 알리 익스프레스, 쿠팡, 농협 등 국내·외 유통업체가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이들은 인수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MBK는 2015년 9월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홈플러스 명의로 나머지 5조원을 대출받았다. 이후 홈플러스 점포 20여개를 매각해 4조원에 가까운 채무를 상환하고 현재 4000여억원이 남았다. MBK는 최근 온라인 쇼핑으로 전환되는 추세에 홈플러스의 통매각 가능성이 낮아지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우선 분할 매각하기로 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몸값은 8000억~1조원이 거론된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2023년 매출액은 1조2000억원이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8%로 업계 평균인 5%를 웃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전국 310여개 매장 중 200여개 매장이 서울, 수도권에 위치한 점과 퀵커머스 사업인 ‘1시간 즉시 배송’의 지난 2년간 매출액 성장률이 연평균 84%를 보이는 점 등이 강점으로 꼽혔다. 연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핵심 점포 10여곳을 ‘지역 맞춤형 특화매장’으로 재단장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 경기 불황으로 신규 투자가 어렵다. 유통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점포 효율화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인수 의지를 보일 기업을 찾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분할 매각에 대한 노동조합의 반대도 거세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7월 투쟁 결의를 선포했다. 노조는 “오프라인 유통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는 홈플러스는 MBK의 경영 실패로 영업이익을 내도 은행 차입금과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대한 배당금 때문에 순손실을 이어가고 있다”며 “국민이 키워준 홈플러스를 투기자본 사모펀드 MBK가 오로지 투자금 회수만을 위해 산산조각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홈플러스는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강조하면서 익스프레스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전환에 활용해 온라인 배송 인프라와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는 등 대주주의 투자금 회수가 아닌 사업에 재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이 진전을 내지 못하며 투자 재원 마련은 요원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2월 신임 사장에 오른 조주연 사장의 경영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조 사장은 홈플러스의 성공적인 매각을 위해 매물 매력도를 높이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상품 경쟁력 기반의 고객 쇼핑 경험 강화 ▲신선식품 품질 혁신 ▲메가푸드마켓의 성공적 리뉴얼 등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매각대금으로 메가푸드마켓에 재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이에 대한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2022년 2월 처음 선보인 메가푸드마켓은 기존 점포를 식품 특화 매장으로 재단장한 매장이다. 현재 20개 이상 점포를 메가푸드마켓으로 전환한 이후 1년간 식품 매출액이 전년 대비 최대 95% 증가하기도 했다.
조 사장은 올해 4월 열린 ‘2024 홈플러스 경영보고회’에서 “상품 경쟁력 기반의 고객 쇼핑 경험을 강화하고 신선식품 품질 혁신, 메가푸드마켓의 성공적 리뉴얼이 주요 실적을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조 사장은 “성과 달성을 위해 전문성을 기반으로 각 부문별 역할과 조직간 협업을 확대해 ‘이기는 홈플러스 문화’를 정착할 방침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바라보는 홈플러스의 경쟁력은 하락하고 있다. 유통업계 전반의 신용도가 하락하며 홈플러스의 경쟁력도 떨어지는 추세다. 한국신용평가는 2023년 홈플러스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내렸다. 조 사장이 취임한 올해 2월까지도 A3로 유지했다.
한신평은 올해 2월 말 “현금창출력이 줄며 연간 5500억원 수준의 임차료(리스부채 상환)와 이자비용에 대응하기 부족하고 매장 리뉴얼로 투자 소요는 확대되는 양상이다”며 “지속된 자산매각에도 순차입금 규모가 현금창출력 대비 매우 과중한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