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투자 경색 우려… 11번가 매각 작업 ‘어쩌나’
||2024.08.20
||2024.08.20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11번가의 새 주인 찾기가 여전히 안갯속이다. 재무적 투자자 주도로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좀처럼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티메프(티몬·위메프) 대금 미정산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기업에 대해 엄격한 잣대가 드리워진 만큼 매각 작업이 더욱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와 재무적 투자자의 고민이 깊을 전망이다.
◇ 더딘 매각 작업… 인수자 찾기 시계제로
업계에 따르면 재무적투자자(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올해 초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하며 11번가 매각 작업을 시작했다.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국민연금과 MG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 이니어스프라이빗에쿼티로 구성된 곳으로 11번가에 2018년 5,00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11번가 측이 5년 내 상장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FI는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해 강제 매각 절차에 나섰다.
FI 측이 매각 작업을 공식 개시한 지 8개월이 흘렀으나 아직까지 인수자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달 초 신선식품 배송업체인 오아시스가 11번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해당 매각 협상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수 방식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오아시스는 자사 주식과 물류 관계사 루트의 주식을 섞어 11번가 주식과 맞바꾸는 지분스왑 방식을 제안했으나 FI 측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지난달 발생한 티메프 사태도 양측의 협상에 찬물을 부은 것으로 관측된다.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정산 지연으로 촉발된 해당 사태는 이커머스기업의 가치 평가에 보다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에 각 기업의 재무구조와 수익성이 대한 평가가 깐깐해지면서 기업공개(1PO)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이커머스들의 셈법은 복잡해진 모양새다. 투자심리 경색으로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이커머스 기업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가 미칠 후폭풍을 지켜보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우선 11번가는 판매대금 정산 시스템에 있어선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1번가는 지난 2008년 론칭 이후 줄곧 고객의 구매확정 후 2영업일 만에 셀러에게 정산금을 100% 지급하는 짧은 정산주기 시스템을 적용해 왔다. 또한 우수셀러들을 대상으로 택배사 집화완료 다음날 100% 정산금을 전달하는 정산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주기가 50~60일에 달했던 점과 비교하면 11번가의 정산주기는 매우 빠른 수준이다.
여기에 11번가는 이달 11일부터 열흘간 진행되는 ‘8월 월간 십일절’에 참여하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정산 일정을 크게 앞당긴 ‘안심정산’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안심정산’ 서비스는 배송완료 다음날 정산금액의 70%를 먼저 지급하는 방식이다. 나머지 30%의 정산금액은 고객이 구매 확정한 다음날에 지급된다.
11번가는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자사의 안정적인 판매대금 정산 시스템을 강조하며 우수 판매자 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이탈한 판매자와 고객을 어느 정도 유입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1번가 측은 “최근 미정산 사태로 판매자와 고객을 위한 신뢰 정책의 중요성이 부각된 가운데, 11번가는 안정된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빠른 정산 혜택과 판매자 성장 지원 프로그램 등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1번가는 유동비율 81%(2024년 6월말 기준)로 금융감독원의 ‘전자금융업자 경영지도 기준’(50% 이상)을 충족하고 있다”면서 “통상적인 재무건전성 지표에 모두 부합하는 현금 흐름을 보여주고 있으며, 외부 감사기관에서도 지속 가능성 여부를 입증하는 등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이커머스 기업가치 평가 엄격해지나
다만 수익성 부문에선 여전히 숙제를 마주하고 있다. 11번가는 2020년부터 적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2020년 98억원 영업적자를 시작으로 △2021년 694억원 △2022년 1,515억원 △2023년 1,258억원 순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규모는 378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207억원) 대비 35% 이상 개선된 규모다. 적자 규모는 2022년 정점을 찍고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물론 고무적인 부분도 있다. 주력사업인 오픈마켓 부문에서 손익이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11번가의 오픈마켓 부문은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오픈마켓 부문의 상반기(1~6월) 누적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흑자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 측은 그간 △수익성 높은 버티컬 서비스 확대 △마케팅 운영 효율화 △리테일 사업의 고수익 상품 중심 재고관리 및 물류운영 효율화 등을 통해 체질개선에 힘을 쏟아왔다. 하반기엔 ‘타깃 맞춤형 서비스’로 활성고객을 늘리고, ‘AI 기반 쇼핑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11번가의 매각가는 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2018년 투자 유치 당시 2조7,000억원에 달했던 몸값은 최근 몇 년간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면서 크게 떨어졌다. 그럼에도 새 주인 찾기는 이래저래 녹록지 않은 모양새다. 확고한 실적 개선과 경쟁력 확보를 통한 기업가치 입증이 과제로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