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지고, SK하이닉스 뜬다’ AI가 촉발한 반도체 지각변동
||2024.08.29
||2024.08.29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엔비디아 주도의 인공지능(AI) 붐이 일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이끄는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계 새로운 거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메모리 강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반면, 오랜 기간 반도체 왕좌를 차지하던 인텔은 저조한 매출 성장을 보이며 4위로 밀려나는 등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28일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가운데 가장 큰 폭의 매출 성장세를 보인 곳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매출 119억달러(약 15조9000억원)로 전분기 대비 3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매출 순위로는 작년보다 한 계단 오른 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매출 1위였던 인텔은 올해들어 순위가 4위로 밀려났다. 2분기 매출 규모는 128억달러(약 17조1000억원)로,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0.9%에 그쳤다.
인텔은 컴퓨터용 중앙처리장치(GPU) 명가로 한때 반도체 시장을 주도했지만, 최근 AI 시장 성장에 따라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부상하면서 엔비디아 등 경쟁 업체에 뒤쳐지는 등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이에 반해 AI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 전망치가 280억달러(약 37조5000억원)에 달해 반도체 업계 독보적인 1위가 예상된다. 엔비디아는 AI 데이터 추론과 학습에 필수적인 GPU를 개발하는데, AI 열풍에 따른 수요 증가에 맞춰 분기마다 생산량을 늘리면서 매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선 올해 2분기 엔비디아의 매출이 3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엔비디아의 AI칩 수요 증가는 SK하이닉스의 매출과 직결된다. SK하이닉스는 HBM 최대 납품처인 엔비디아에 HBM3(4세대)을 독점 공급했고, 가장 먼저 HBM3E(5세대) 8단 제품을 제공했다.
엔비디아 AI칩 수요 전망치가 높을수록 SK하이닉스 수익성도 높아지는 구조다. 이같은 엔비디아 효과에 힘입어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HBM 매출은 전분기 대비 8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250% 증가했다.
삼성전자도 AI 시장 확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생성형 AI 서버 제품 수요 강세에 힘입어 DDR5와 고용량 SSD 제품 수요가 확대되는 등 2분기 매출(207억달러)이 전분기 대비 23% 증가했다. 이에 따라 매출 순위도 2위를 기록하는 등 메모리 업계 리더로서의 입지를 공고히하고 있다.
한편, 3분기에는 SK하이닉스가 매출 순위에서 인텔을 추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AI 열풍이 상반기를 넘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내년 물량까지 HBM이 품절된 상태이며, HBM3E 12단 공급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또 D램과 낸드의 가격 상승세도 지속되고 있어 3분기 큰 폭의 매출 상승이 점쳐진다.
김동현 KB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3분기 영업이익은 7조원(D램 6조2000억원, 낸드 8000억원)으로 6년만에 최대 실적이 예상되고, 4분기 영업익은 9조원대로 추정돼 올 하반기 영업이익은 1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라며 “올해 엔비디아 H200 출하 증가에 따라 HBM3E 비중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