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여권 이사 “사장 반대에 뒷조사·협박까지”
||2024.08.29
||2024.08.29
여권으로 분류되는 KBS 이사가 이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려면 직원들 개개인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지난해 KBS 사장 선임 과정에서 박민 사장에 반대하는 본인에 대해 “뒷조사에 협박”이 이뤄졌다고 주장해 파장이 예상된다.
KBS 출신인 이석래 이사는 29일 이사회 사무국을 통해 사내 게시글을 올려 “30년 이상을 재직하면서 KBS로부터 분에 넘치는 혜택을 입었다. KBS를 떠나는 지금 여러분 앞에 놓인 엄혹한 환경을 보면서 마음이 무겁다”며 마지막 소회를 밝혔다.
이석래 이사는 먼저 현재 KBS가 처한 상황에 대해 “독과점적 지위가 언젠가 붕괴되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했지만 당장의 편안함을 포기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라며 “선배 그룹의 일원으로서 그런 변화를 미리 주도하고 관철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어 “지금의 수신료 위기는 KBS가 정치적 중립성을 방기한 결과라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KBS가 가야 할 길은 MBC와 다르다. 조선일보와도 다르다”며 “내부 구성원들간에도 좌우 갈등이 적지 않지만, 공멸하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공감 영역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이 이사는 특히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려면 직원들 개개인의 용기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한 뒤 “부당하게 공영방송 사장을 쫓아내는데 앞장선 사람들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특정 정파의 이익을 위해 봉사한 것이다. 진솔하게 사과하고 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이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존심보다는 당장의 보직을 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현 사장의 임명을 제가 반대하던 시기 저에 대해 근거없는 마타도어를 퍼트리고 심지어 뒷조사에 협박까지 하면서 충성한 사람들이 있다. 이런 구태가 척결되지 않는 한 KBS의 정치적 중립은 물 건너갈 수 밖에 없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는 KBS는 그 존재 이유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이 이사는 “격렬해진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이제 KBS의 리더십을 다시 세우는 시기가 오고 있다. KBS 내에서 자신의 생존을 정치에 기대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또다시 나타날 수 있다”며 “이를 경계하고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바로 직원들 개개인의 용기뿐이다. 그 용기가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고 정치적 중립성이 KBS의 존재 이유를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다가올 차기 KBS 사장 선임과 관련한 당부로 해석된다. 김의철 전 사장이 임기 도중 해임되면서 지난해 11월 취임한 박민 사장은 오는 12월까지 전임 사장 잔여 임기를 수행하고 있는데, 연임 의지가 있다고 전해진다.
다음 사장 공모 절차를 진행할 이사회 구성은 법원에 공이 넘어간 상태다. 현 이사 임기는 이달로 끝나지만 야권 이사 5명이 지난 27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차기 이사 추천과 이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 재가에 대해 취소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이 사건이 최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 효력을 정지시킨 서울행정법원 제12부에 배당된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 측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다.
만약 MBC처럼 현 이사 체제가 유지된다면 차기 사장 선임 등에 있어 여대야소 구도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현 KBS 이사회는 여야 6대5로 분류되지만 이석래 이사 등 일부가 여권으로 일치된 뜻을 모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