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난 ‘폭염’ 대책… 건산연 “명확한 규정과 실효성 필요”
||2024.09.19
||2024.09.19
시사위크=이강우 기자 9월 들어서도 무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건설 근로자를 위한 ‘폭염’에 대한 명확한 규정 마련과 정부 대책의 실효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연구기관의 주장이 나왔다.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폭염일수가 현장안전에 지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이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9월까지 10년간 전국 폭염일수를 조사한 결과, 올해는 26.6일로 기록돼 조사 대상 기간 중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 9월이 끝나지 않은데다, 8월 못지않은 무더운 날씨가 지속됨에 따라 폭염일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폭염은 ‘자연재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입법 줄이어
지난 2018년 정부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많은 피해자가 발생함에 따라 ‘재난안전법’ 개정을 통해 ‘폭염’과 ‘한파’를 자연재난으로 규정하고 폭염에 관한 재난관리 체계를 마련했다.
올해 22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에도 25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발의됐으며, 이 중 11건은 폭염을 비롯한 기상이변 시 현장 근로자 보호를 위한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규정 △근로자 작업중지권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만 건산연 측은 해당 내용에 대한 일부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의 경우 구체적인 처벌기준과 벌칙을 규정하고 있으나,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의 경우 △폭염기준 △온열질환 예방가이드 △폭염특보 등 폭염 기준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다는 게 건산연의 주장이다.
건산연 측은 “작업중지권 실행 시 공사 기간 연장과 비용 부담이 불가피한 탓에 폭염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으면 시공사, 감리단 발주자 간 책임 소재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 중앙행정기관별 폭염 기준 다르고 실효성 약해
정부는 올해 폭염으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폭염 대책기간’과 ‘폭염 피해 집중대응기간’을 운영중이다.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를 포함한 총 11개의 중앙행정기관도 폭염 관련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한계는 존재한다고 건산연 측은 지적했다. 중앙행정기관별로 폭염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의 경우 ‘특보구역’과 ‘일 최고체감온도’를 기준으로 경보단계를 △관심 △주의 △경계 △심각 4단계로 구분했다. 반면 고용노동부의 경우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4단계(△관심 △주의 △경고 △위험)로 위협 단계별 대응 요령을 마련해 단계의 기준 조차도 다르다.
더 큰 문제는 폭염으로 인한 △공기(工期)연장 △불가항력 사유 △도급인 인정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건설공사도급인이 악천후 등 불가항력의 사유로 공사기간 연장을 요청하는 경우, 건설공사발주자는 공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를 두고 건산연 측은 ‘폭염’이 건설공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할 수 있는지,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폭염을 ‘악천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실제 현장 여건을 고려했을 때 실효성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예컨대, 학교 시설의 경우 학사일정으로 인한 사용 일자가 확정돼 현실적으로 계약기간 연장이 불가능하다. 콘크리트 타설의 경우 레미콘 운송업계의 8·5제(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운행) 시행으로 현장 여건에 따른 작업시간 조정이 불가능하다.
◇ “기상이변은 ‘변수’ 아닌 ‘상수’”
리포트를 작성한 김화랑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이번 22대 국회 출범 이후 다수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입법된 상황을 두고 “근로자의 안전한 근로 환경 조성을 위한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나, 중앙행정기관에서 발표한 폭염 대책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행정 규칙 형식으로의 위임과 세부 지침 등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2023년 기준 건설업 취업자 수는 221만명으로 전체 취업자 중 7.4%를 차지하며, 산업 특성상 옥외작업이 많아 폭염 등 기상이변으로부터 현장 근로자의 안전 확보를 위한 기업의 조치 또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새로운 규제 도입 및 강화 등은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건설업계와 노동계를 중심으로 폭염 등 기상이변을 고려한 적정 공사기간과 공사비 책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정부의 신속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폭염 등 기상이변은 통제가 불가능한 불가항력적 요인으로 건설공사에서 변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닌 변하지 않는 ‘상수’로 고려하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