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서막 연 페트라르카의 [‘ 칸초니에레’] 첫 완역본 발간
||2024.09.24
||2024.09.24
단테와 더불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시인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Francesco Petrarca, 1304~1374)의 작품집 「칸초니에레」(김운찬 역, 아카넷)의 국내 최초 완역본이 나왔다.
「칸초니에레」는 페트라르카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그가 평생에 걸쳐 쓴 서정시 모음집이다. 페트라르카가 자필로 쓴 원고에 적힌 제목은 '계관시인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의 속어로 쓴 단편적 시들'이다. 「칸초니에레」는 그동안 우리말로 제한적으로만 만날 수 있었는데, 국내 이탈리아 문학계 권위자인 김운찬 대구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가 이번에 완역을 마쳤다.
페트라르카는 중세에서 근대로 가는 관문에 있는 대표 작가다. 페트라르카는 고전 그리스 문헌을 탐구하고 소개하는 작업을 통해 르네상스 인문주의의 문을 활짝 여는 데 큰 기여를 한 인물로 '인문주의의 아버지', '최초의 인문주의자'로 일컬어진다.
고전 문헌 탐구를 해 온 페트라르카는 주로 라틴어로 작품 활동을 했고 이를 통해 계관시인이라는 명성도 얻었다. 그러나 「칸초니에레」는 단테가 「신곡」을 쓸 때 그랬듯 피렌체 속어로 썼다. '그리스 인문주의' 부활의 문을 연 그가 라틴어 작업을 벗어나 '여흥거리'로 쓴 글들이 오히려 세상 사람들을 사로잡은 셈이다.
「칸초니에레」는 페트라르카가 살던 당대에 큰 인기를 누렸다. 페트라르카의 소네트로부터 자극을 받은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 소네트'를 낳는다. 그만큼 페트라르카의 「칸초니에레」는 400여 년간 근대 유럽 문학사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당대 최고의 음악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프란츠 리스트는 페트라르카의 47번, 104번, 123번 소네트를 피아노 곡으로 만들기도 했다. 마키아벨리는 128번 시 중 "역량이 광기에 대항하여 / 무기를 들고, 전투는 짧게 끝날 것이니, / 이탈리아인들의 가슴속에서 / 옛날의 용기가 아직 죽지 않았기 때문이오"라는 구절을 「군주론」의 결구로 인용했다.
전체 366편으로 이루어진 「칸초니에레」는 페트라르카가 거의 40년에 걸쳐 쓴 시를 한데 모은 것인 만큼 그 형식 또한 소네트, 칸초네, 세스티나, 발라드, 마드리갈 등 다양하다.
「칸초니에레」는 중세의 신 중심 세계관에서 벗어나 인간의 경험에 주목하고 고전 인문주의를 새롭게 발견한 르네상스를 연 작품이면서 시대를 초월해 보편적 울림을 갖는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에 첫 완역본을 선보인 역자 김운찬 명예교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탈리아 볼로냐대학교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지도로 '화두'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은 책으로 「현대 기호학과 문화 분석」, 「신곡 읽기의 즐거움」, 「움베르토 에코」가 있고, 단테의 「신곡」, 「향연」 등 다수의 고전을 번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