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인생이여, 만세
||2024.10.22
||2024.10.22
멕시코의 국보급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의 '부서진 기둥'(1944)을 처음 본 사람들은 충격과 전율을 느낀다. 굵은 일자 눈썹과 거뭇한 콧수염이 눈에 띄는 자화상은 척추 수술 7번, 골수이식 감염으로 6번의 수술을 겪으면서 고통 속에 신음하는 자기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부서진 척추는 금이 간 기둥에, 처절한 아픔은 몸에 박힌 못에 비유했다. 두 동강 난 몸을 묶은 철제 끈은 맞춤형 코르셋이다. 벌거벗은 채 서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잔인한 운명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프리다 칼로는 여섯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오른쪽 다리를 절게 된다. 국립예비학교를 다니며 의사의 꿈을 키우던 그녀는 열여덟 살에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다리뼈, 척추, 골반, 자궁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서른두 번이 넘는 수술을 받으면서 목발, 휠체어, 코르셋 등 보조기구에 의지해 살아야만 했다.
당대 최고의 벽화 화가 디에고 리베라와의 만남과 결혼은 프리다의 삶을 더 굴곡지게 한다. 그들은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며 애증 관계를 이어간다. 그녀는 극심한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면서 자기 여동생과 불륜까지 저지르는 남편의 바람기를 견디며 그림에 몰두한다. 불후의 명작 '나의 탄생', '두 명의 프리다', '디에고와 나' 등은 침대에 몸을 고정한 채 오른팔을 간신히 움직여 완성한 것이다.
사람들은 늘 평등하고 정의롭지 못한 세상을 탓하고 불만을 토로한다. 부귀와 행복은 공평하지 않고, 나에게 닥친 재앙은 설명할 길이 없다. 착하고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나만 쓰라린 불행을 맛보게 되는 걸까? 대체로 사람들은 처절한 고통과 열악한 환경에 맞서기보다는 도피하려고 한다. 프리다의 그림은 비겁한 우리에게 “이런 나도 악착같이 살았는데, 당신은?”이란 질문을 던진다. 그녀는 고난과 좌절로 점철된 삶을 살면서 고통과 자기혐오의 자화상을 많이 남겼는데, 독창적인 상상력과 화려한 색채로 세계 화단의 갈채를 받았다.
'Viva la Vida'는 '인생이여, 만세'라는 스페인어다. 프리다는 1954년 '영원한 삶', '장수를 기원한다'라는 의미를 포함한 'Viva la Vida'라는 글자가 새겨진 '수박' 그림을 남기고 8일 후에 죽는다. 남다른 고통과 질곡을 겪으면서도 강인하고 역동적인 삶의 의지를 표현했던 그녀는 생의 마지막 날까지 삶을 사랑하고 예찬했다.
영국의 인기 록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는 2008년 프리다의 그림 'Viva la Vida'에서 영감을 받아 몰락한 왕의 자조 섞인 독백과 권력의 허망함을 주제로 한 웅장한 노래를 만든다. 편법과 꼼수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인생에 대한 무력감과 절망감이 엄습해올 때마다 'Viva la Vida!'를 크게 따라 불러보자.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은 감미로운 위로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긍지와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이다.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