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결국 철거되나
||2024.10.22
||2024.10.22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를 문화유산으로 임시 등록해 철거를 막아달라는 도민청원에 대해 경기도가 '사실상 불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임시 등록을 하더라도 부지와 건물 소유권을 가진 동두천시가 6개월 이내에 정식으로 문화유산 신청을 할 가능성이 작으므로 임시 등록해 봐야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도 이기헌 의원이 국가유산청에 옛 성병관리소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임시 등록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가유산청이 동두천시에 이와 관련해 공문을 보냈고, 동두천시는 이미 두 차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시민 과반이 관리소 철거를 원했기에 계획대로 철거를 추진 중이라는 답변을 보냈다. 경기도 도민청원과 같은 결론이다.
마지막 절차나 다름없는 국회의원의 요청과 도민청원조차 거부당하고 말았으니, 철거를 기필코 막아보려는 청원자들의 뜻과 무관하게 조만간 동두천시가 강제 철거를 강행할 것이다. 한국 현대사와 여성 인권 역사의 한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공간이 그렇게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애석하다.
동두천시가 내세우는 철거 정당성의 근거는 동두천 시민들이 '기지촌'의 기억을 지우고 새롭게 출발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기지촌'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려 하는 동두천시와 시민들의 마음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러나 '기지촌'의 역사는 해당 지역만의 아픔이 아니라 한국민 모두의 아픔이다. 본격 경제개발 이전 시기에 '기지촌'이 감당한 경제적 문화적 의미를 따져 보면,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 것은 해당 지역민이 아니라 국민 모두일 터이다. 옛 성병관리소 철거 결정은 오히려 '기지촌'의 부정적 측면에만 집착한 결정은 아닌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공간을 없앤다고 역사가 사라지지 않는다. 차라리 과거를 응시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장소로 활용하는 게 백배 낫다. 동두천시와 철거 찬성 시민들에게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재고해 보기를 간곡히 권한다. 철거 반대 시민들 또한 끝까지 상대를 포용하고 설득하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