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학폭, 학교가 해결 주체 아닌 게 문제”
||2024.10.27
||2024.10.27
“심의를 다녀오는 날이면 내가 하고자 했던 '회복적 정의'의 신념은 아프고 상처받고 무력해졌습니다.”
성남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위원회(학폭위) 심의위원으로 2014년부터 올 초까지 10여 년 활동해 온 양재연(사진) 성남교육희망네트워크 위원장은 '회복적 정의'를 강조했다.
지난 22일 만난 양 위원장은 성남시 분당의 한 초등학교에서 최근 발생한 집단 학교 폭력 사건(학폭)과 관련해 “학교가 해결 주체가 아닌 것이 문제”라고 했다.
이어 “학폭위 심의위원을 지역 교육청 장학사가 교사, 전직 교장, 경찰, 변호사 등을 위촉하는 것이 문제이며, 이들은 별도의 학폭 관련 교육도 받지 않고 심의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교육청 학폭위에서 심의해 내린 '조치 결정' 처분은 관계법(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상 재심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라며 “다만 행정심판 청구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라고 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학폭위 심의위원으로 참여하며 그 과정의 관련 학생들의 아픔이 회복되지 않고 부모와 학교가 모두 멍들어가는 모습들을 지켜봐야 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학폭위 심의과정에서 각 가정의 형편이 개입돼 그 사건의 맥락, 정서는 배제되고 객관적 자료로 처리해야 하는일들이 많았다”라며 “서류 처리로 학폭을 담아야 하는 학교와 담당자들은 더욱 어려울지 모른다”라고 '회복적 정의'가 무력해졌음을 인정했다.
양 위원장은 “학교의 대응과 학부모의 갈등이 심화되면 교육적 신뢰는 깨진다”라며 “초등 저학년의 폭력이라 말해야 하나 싶은 상황조차 경찰조사를 받아야 하는 일로,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고용해야 뭔가 부모 역할을 하는 것 같은 분위기 등으로 사건이 진행된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담임선생님은 병가로, 명퇴로 이어지는 경우들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라면서 “누구를 위해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고 있나. 관련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서로의 피해가 회복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학폭 피해 학생으로 학교에 가는 것을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는 아이의 모습 속에서 두려움과 분노가 교차했다”라며 “문제의 해결보다는 사안 처리 과정과 절차가 중심이 되는 것 같은 제도 안에서 절망했던 피해 부모의 고통 역시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가 언제든지 당사자가 될 수 있는 현실의 이야기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해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공감하고 서로를 향한 연민과 돌봄의 연결이 만들어지면서 치유와 회복이 일어나는 시간은 오래전 언제였는지 모를 기억 속에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학폭 사안 내의 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안내해도 불신들로 시도조차 하지 않고 전투 무장만 하는 태세이다”라며 “이는 마을에 영향을 미치고 이웃 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협한다”라고 꼬집었다.
반면 “우리가 건설적 해결을 모색하고 소통을 통해서 잘 해결한다면 변화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신뢰로 연결된 단단한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학폭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마을이 우리 안의 갈등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라면서 “지금 제가 운영하고 있는 '마을놀이터 시작'은 그러한 기회를 만들고 동시에 그러한 장이 되기 위해 만들어졌다”라고 강조했다.
성남교육희망네트워크는 2010년부터 풀뿌리 교육자치 운동을 통해 우리 교육이 경쟁에서 협력으로, 차별에서 지원으로, 자본이 아닌 사람을 우선하도록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성남=글·사진 김규식 기자 kgs@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