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일본 자민당 참패와 이시바 내각의 미래
||2024.10.30
||2024.10.30
지난 27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참패했다. 기존 247석에서 191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전체 465석에 과반인 233석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연립여당인 공명당도 기존 32석에서 24석으로 줄었다.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여당이 과반에 미치지 못한 것은 15년 만의 일이다. 반면 야당이 과반인 250석을 차지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기존 98석에서 148석으로 50석을 추가했다. 자민당의 이번 패배는 예상된 결과였다. 그런데도 '참패'는 충격적이다. 이로써 지난 2012년 이후 자민당이 쥐락펴락했던 일본 정치권은 당분간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번 선거에 총력을 쏟았던 이시바 총리가 결정타를 맞았다.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선명하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는 '사퇴는 없다'며 연정 확대를 통해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자민당과 공명당 연합에 더해 일본유신회나 국민민주당에 연정을 요청할 것으로 보이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연정 확대가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정권 유지는 가능하겠지만 이미 정치적 기반이 무너졌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역대급 무기력한 정권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달 신임 총리 지명을 위한 특별 국회가 열릴 때까지 각 정당, 정파의 이합집산이 숨 가쁘게 진행될 것이다. 이시바 총리의 진퇴가 걸린 운명의 시간이다.
자민당은 아베에 이어 기시다 총리 때도 민심을 크게 얻지 못했다. 오랜 경기침체와 자민당 파벌정치에 지친 민심은 정치무관심 성향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설상가상으로 당내 정치자금 비리까지 터졌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그 심각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기시다 총리가 결국 사퇴한 핵심 배경이다. 특단의 대책이 시급했던 자민당은 과거 아베의 정치적 라이벌이던 비주류 이시바를 당 총재로 뽑아서 정권을 유지하려 했다. 뭔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기대는 이번 중의원 선거를 통해 사실상 무너지고 말았다. 이시바 총리는 변화와 혁신의 대안이 아니었다. 구태의연하고 칼라도 선명치 못하면서 리더십마저 우물쭈물하는 바람에 좋은 기회를 다 놓쳐버렸다.
일본정치도 기로에 서 있다는 생각이다. 극우세력이 주도하는 자민당 독주체제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겉은 맹목에 병들고 속은 부패로 썩어가는 형국이라면 그런 정당이 지배하는 일본정치의 미래는 불안하다. 정치가 암담한 데 경제인들 온전하게 버틸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민생의 고통은 언젠가 분노로 바뀌기 마련이다. 자민당 1당체제의 일본정치가 이번엔 바뀔 수 있을까. 아니면 다시 군소정당들을 모아서 자민당 독주체제를 재건하는 것일까.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새 내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상병 시사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