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민은 김장 미루고 물가 시름 깊은데
||2024.10.31
||2024.10.31
한국물가협회가 올해 김장 비용이 4인 가족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20% 더 든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배추 한 포기 가격이 지난 9월 중순으로 도매가격으로 9500원까지 올랐다가 하락세를 보이긴 하지만 소매가는 여전히 6000~7000원대다. 본격 출하기가 되면 더 내려가기는 하겠으나 올해 재배면적이 줄었고 작황도 좋지 않아 예년보다 높은 가격대를 기록할 게 뻔하다. 게다가 새우젓 등 김장 부재료 값도 뛰고 있어 아예 김장을 포기하거나 11월 하순으로 미루겠다는 가정이 늘어난다.
수입물가도 심상치 않다. 강달러 영향으로 환율이 1400원 돌파가 눈앞이다. 더구나 세계적 기상이변으로 곡물 설탕 커피 카카오 유제품의 가격이 큰 폭 오름세를 보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 발표하는 지난 9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전월에 비해 3%나 올랐다. 설탕가격지수는 무려 10% 이상 뛰었다. 가뭄과 폭우 등 기상이변의 영향으로 식량가격도 오름세다. 나라 안팎이 모두 농작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즉 '애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레바논 휴전 기대에 잠시 내렸던 국제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소식에 지난 30일 다시 2% 올랐다. 혼란스러운 국제정세의 영향으로 유가가 안정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여기에 오른 환율까지 작용하면 올겨울 이후 국내물가에 미칠 영향이 매우 걱정스럽다. 올가을 김장 미루기는 깊어진 서민의 시름을 상징하는 듯하다.
'김장철 물가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정치브로커의 폭로가 이어지고, 이에 대통령실이 제대로 반박조차 못 하는 데다, 당정 이 민생을 걱정한다는 분위기는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명분으로 국면전환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의심만 갈수록 짙어진다. 우크라이나에 참관단을 보내 전황을 분석하고, 살상무기를 제공하느냐 마느냐보다는 서민의 팍팍한 삶을 우선 돌보는 게 정부의 제1 책무라는 걸 외면해선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