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공간, 원도심이 더 북적인다
||2024.11.11
||2024.11.11
지난 5일 오전 10시10분, 인천 미추홀구 청년공간 '유유기지 인천'.
문을 연 지 10분 정도 지났는데 벌써 청년 여덟명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카페처럼 꾸며놓은 테이블에서 무료로 대여해주는 헤드폰을 끼고 자격증 공부에 몰두하거나, 가림막을 쳐놓고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었다. 한 젊은 남성은 피곤한지 빈백 소파에 누웠다.
미추홀구 유유기지 관계자는 “유유기지 인천은 청년들이 공부하거나 함께 과제를 하는 등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마련한 공간”이라며 “오후가 되면 더 많은 청년이 방문해 꽉 찬다”고 전했다.
유유기지 인천과 같은 시설은 인천 10개 군·구에 총 8곳. 미추홀구처럼 청년들이 몰려 흥행인 곳은 부평구와 동구 정도다. 연수구와 중구 공항신도시, 서구 루원시티 등 소위 신도시보다 원도심 청년공간을 찾는 사람이 더 많다. 취업 전선에 뛰어든 청년들을 위한 인프라가 원도심엔 상대적으로 부족한 탓으로 풀이된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인천 청년공간 8곳 이용자 현황을 살펴보면 미추홀구가 3만146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평구 1만3151명, 동구 1만1037명, 서구 7714명, 계양구 6805명, 중구(영종도) 5721명, 연수구 4882명, 강화군 910명 순이다.
특히 동구 경우 청년인구가 인천 8개 구 중 가장 적은데도 청년공간 이용자 수가 올해 1만명을 넘어선 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스터디카페 등 청년 상권이 열악한 동네에선 지자체가 운영하는 청년공간이 더 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스터디카페와 같은 사설 공간은 월 15만원 정도의 이용료가 드는데 청년공간은 무료인 점도 한몫한다.
실제로 서구와 연수구 그리고 계산택지 내 있는 계양구는 청년공간 반경 1㎞ 이내에 스터디카페가 각각 16개, 28개, 24개가 있는 반면, 미추홀구는 7개, 동구는 9개의 스터디카페가 확인된다.
부평구 청년공간이 위치한 갈산역 인근도 국가산업단지와 부평GM공장이 자리해 반경 1㎞ 스터디카페는 5개뿐이다.
전문가들은 원도심 청년공간의 활성화 이유로 청년 프로그램의 질을 꼽기도 했다.
권나영 인천청년정책네트워크 단장은 “부평구나 동구 청년공간은 청년 거버넌스나 청년 정책에 참여해 본 분들이 운영에 참여한다”며 “청년 활동 경험이 있는 요가 강사를 구해 마음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든지, 지역 내 보호종료 아동 커뮤니티를 찾아내 지원한다든지 양질의 프로그램이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동구 청년21 관계자는 “동구는 1~2회 만에 끝나는 단발적인 프로그램보다 장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위주로 구성해 높은 이용률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이용자가 적은 계양, 중구, 연수는 개소한 지 1년밖에 안 된 영향도 있다”며 “청년들이 어디에 어떤 공간이 있는지를 모르는 게 이용자가 적은 큰 이유이기도 해 청년공간 지도를 배포하는 등 홍보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시 청년정책담당관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청년공간 유유기지 운영시간 개선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글·사진 정슬기 기자 za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