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사전투표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한국과 미국
||2024.11.25
||2024.11.25
지난 10월 18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대법원 앞에서 “부정선거의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를 해체해야 한다”라면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지난 4월 총선에 부정선거가 있었고 10월 서울시 교육감 재·보궐선거도 사전투표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서울시 교육감 재·보궐선거 가리봉동 제1투표소에서는 정근식 후보가 2배 이상 이겼다”라며 “244 대 110은 말도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사전투표도 없애고 수개표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다.
미국의 카터 전 대통령은 2024년 11월 미 대선에서 지도자로서 품격을 지켰다. 100세의 몸으로 노쇠하지만 책임감 있게 자신의 조지아 주에서 우편투표를 통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4년 전 조지아에서는 선거일 투표지를 개표하는 동안 트럼프가 앞서다가 나중에 사전투표지를 개표하면서 바이든에게 역전을 당했다. 그래서 트럼프는 부정선거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결과 조작까지 시도했다. 현재 트럼프는 조지아주 검찰로부터대선 결과를 뒤집으려고 조지아주 공무원에게압력을 행사했다는 조직범죄법 위반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이번에 미국에서는 사전투표에 대한 부정선거 시비를 줄이기 위하여 개표 절차를 대대적으로 보완했다. 우편투표를 집계할 때 선거일 투표를 개표할 때보다 통상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유는 봉투에 있는 유권자의 서명도 일일이 확인해야 하고 유권자 명부와 대조하여 선거일에 혹시 중복해서 투표했는지까지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 작업을 선거일에 투표가 다 끝난 뒤에서나 시작했다. 이번에는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을 제외한 대부분 주에서 사전에 작업을 시작해서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었고 그 결과 사전투표와 선거일 투표 결과를 섞어서 발표할 수 있었다.
또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4년 전 선거일로부터 3일 뒤에 도착한 우편투표도 개표에 반영했다. 이번에는 선거일에 도착한 우편투표만 집계하도록 바꾸었다. 2020년 대선 때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재검표까지 포함해서 최종 결과를 발표하기까지 10일이 걸렸던 혼란이 재발하지 않게 보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미 대선 결과는 선거 당일 바로 싱겁게 공표되었다.
부정선거 시비가 예상과 달리 싹 사라진 것도 덤이다. 4년 전에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의사당 점령까지 이끈 트럼프가 이번에는 지지자에게 사전투표를 적극 권유했다. 특히 조지아주 사전투표 첫날인 10월 15일 애틀랜타 유세에서 트럼프는 “(우편) 투표용지가 있다면 즉시 보내라. 그렇지 않다면 내일 되도록 일찍 투표소에 가서 투표하라”고 할 정도였다.
물론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이 바이든의 승리를 위해 수백만 표의 부정투표를 했다고 주장하는 등 사전투표를 비판했는데 4년이 지나 자신의 입장을 바꾼 것은 승리 가능성을 계산한 이유 때문이다. 트럼프가 사전투표가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면서 공화당의 투표 참여가 줄어들었다. 그 결과 실제로 2021년 1월 5일 조지아 주의 연방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패배하는 일까지 생겼다.
2020년 미 대선에는 전체 투표자의 거의 70%인 약 1억100만 명이 사전투표를 이용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 우편투표도 매우 활발했다. 이번 대선에는 약 8000만 명 이상이 사전투표를 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번에는 공화당도 한국의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그랬듯이 사전투표를 많이 독려했다. 미국에서는 100살의 카터 전 대통령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도 사전투표에 적극적이었고 소모적인 부정선거 시비도 사라졌다. 한국에서는 한때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했던 인물이 앞장서서 부정선거 의혹을 지피는 것과 크게 대조가 된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