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직업 체험기]
||2024.11.26
||2024.11.26
우리 사회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극도로 힘든 작업환경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끔 텔레비전에서 소개되는 극한 직업을 보면 ‘저렇게 힘든 일들을 어떻게 하고 살까’ 하고 경외로운 생각이 든다. 힘에 겨운 일들을 견뎌내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어떨 땐 나의 안일한 일상이 죄스러울 정도다.
격한 육체노동이 힘든 일이라면 마우스만 까딱까딱하는 책상머리 일들은 너무도 수월하게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정신노동을 결코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다.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일 터이고 일의 난이도마저 높다면 이중고일 것이다. 그런 고역에다 난이도 높은 일 중에 ‘문학 번역’이 있다.
2019년 여름. 코로나가 창궐하기 직전의 일이다. 인터넷 검색 중에 한국문학번역원을 알게 되었고 한 번도 도전해본 적이 없는 공모전에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 해보는 번역이라 어떻게 하는 줄도 모르고 무턱대고 인터넷에서 번역기를 찾았다. 그런데 문장을 입력하기만 하면 곧바로 번역이 될 줄 알았는데 100% 정확하지는 않았다. 엉터리로, 전혀 다른 문장으로 바뀌기도 했다. 그럼 그렇지. 번역이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없지. 기계 번역으로 세세한 의미전달까지 완벽하게 된다면 번역기와 번역가가 다를 리가 없지.
번역은 외국어를 잘하는 내국인이 하던 1세대 번역에서 점점 진화하여 내국인과 외국인 공동의 2세대 번역을 지나 국어에 능통한 외국인이 하는 3세대 번역에 이르렀다. 4세대 AI번역의 등장은 로봇에게 지적 재산까지 내주어야 할지도 모르는 현실을 초래하고 있다.
하지만, 문학 번역은 말의 뉘앙스나 유사 어휘의 분별 등 기계적으로는 할 수 없는 요소들이 있어 번역기로만 되는 것이 아님을 번역기를 사용해보면 누구나 바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한 글자 한 글자 사전을 찾고 문법서를 들춰 보면서 번역을 해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 된다. 우리 말도 어려운 데 외국어를 한 자 한 자 글자를 해부하듯 후벼 파면서 문장을 다듬는 일은 생각만 해도 뇌세포의 뉴런이 제대로 꼬이는 일이다.
복날에 태양열도 모자라 스팀 보일러를 때는 격이니 사람 잡는 일이 따로 없다. 그러나 어려워도, 귀찮아도 간과하지 않고 성실히 해나간다면 결과가 좋을 것이다.
미국 시카고에 사는 문○○ 시인은 바쁜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매일 글을 쓴다고 한다. 그는 인터넷 문학 카페에도 모범 출석하여 언제나 귀감이 되는 글을 작성한다. 좋은 습관을 익히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러나 나쁜 습관을 버리려면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어떤 경우에는 글쓰기를 하루 이틀 미루기도 하는 데 글쓰기를 미루면 글의 리듬이 끊어져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의 글이 되기가 십상이라고 한다. 습관은 논리를 초월하는 것 같다고. 이것은 필자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번역하는 일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짧게라도 꼼꼼하게 글을 읽어본 날은 순조롭게 문장이 잘 풀리고 그러지 못하고 대충 훑어본 날은 무엇인가 빠트리고 넘어가는 것 같은 허전한 느낌이 하루 종일 이어져 잠들 때까지 그 기분이 뇌리에 남아 있다.
어떤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인지 경험해보는 것은 어쩌면 일생동안 계속 반복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쉬운 일만 있으란 법 없고 때에 따라서는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인생은 한방’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부디 바라는 대로 지금까지의 부실을 한방에 만회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요행’에 의한 한방이 아니라 ‘노력’에 의한 한방이기를 빌어주고 싶다. 젊었을 때는 가급적이면 실패와 절망, 어려운 일을 피해 다니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그것들은 투지와 인내를 가르치는 스승이다.
학생일 때는 공부를 하지 않아 열등생을 면치 못하더니 왜 늙어서 허구한 날 책을 펴 놓고 글과 씨름하느냐고 혹자야 묻지 마라. 태양이 하나밖에 없기는 하지만 공부 잘하는 사람의 머리 위에만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공부를 좀 못해도 내 머리 위에도 떠오른다. 밤하늘의 달빛도 즈믄 강을 밝혀주지 않는가. 그리고 밤이 아무리 길어도 언젠가는 아침이 오고, 뜨거운 여름이 아무리 더워도 서늘한 가을은 온다. 힘든 일도 해볼 만 하고 젊어서 못 이루었으면 늙어서는 성공해야지. 꿈을 이루기 위해 늦었어도 절대로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번역보다 극한 직업은 없다고 하더라도, 글자들이 내 홍채를 파고들어도 안광이 지배를 철하는 ‘공력’을 발휘하여 힘든 일을 해낸 프라이드와 긍지로 가슴 속을 충만하게 만들어야 한다. 단, 조건이 하나 붙는다.
게으름 없이 계속 공부해야 한다. 오늘의 내 모습은 과거가 만들었다. 미래의 내 모습은 오늘이 만든다. 성실히, 그리고 열심히 외형과 내면을 잘 다듬으면서 생활한다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성공하겠노라고 시기는 정하지 않는다. 성공의 시기는 노력 여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마음 가는 대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진실과 열정과 노력을 다할 때 성공이 빨라진다는 사실만 믿으면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