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언어
||2024.11.26
||2024.11.26
뉴스 기사는 글쓰기 표본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써야 한다. 언론홍보 부서에 있다 보니 뉴스 기사 읽는 게 일이다. 대부분 기사는 올바른 단어로 알기 쉽게 쓰는데 간혹 틀린 용어를 쓴 기사가 눈에 띈다.
최근 어느 신문에 “토끼 죽은 게 구청 탓?”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 본문을 보면 서울 ○○○구에서 토끼가 폐사하자 동물보호단체가 해당 자치구에 책임을 물었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 제목의 ‘구청’은 ‘자치구’라고 써야 올바른 표현이다. 구청은 공무원들이 모여 일하는 건물 청사, 즉 공공건물을 말한다. 자치구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법인격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이다. 따라서 토끼가 죽은 책임은 구청이 아니라 자치구에 물어야 하니 “토끼 죽은 게 자치구 탓?”이라고 써야 한다.
사실 구청이라는 단어를 쓴 기사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예전에 “왜 자치구 대신 구청이라고 쓰냐?”라고 기자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 데 재미있는 답변을 들었다. “틀린 걸 알지만 구청이라고 써야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기 때문에 그렇게 쓴다”는 주장이었다. 처음에는 어색하더라도 올바른 언어로 기사를 쓰면 좋겠다.
유사한 용어를 잘못 쓴 기사도 있다. 지방의회 관련 기사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어느 기사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2일 시의회 시정질의에서…”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시정질의’가 아니고 ‘시정질문’이라고 써야 맞다. 이 경우는 기자가 의회 용어를 제대로 알지 못해 잘못 쓴 사례다.
의회 용어 중 ‘질문’은 ‘지방자치단체 행정 전반 또는 특정 사안에 대해 지방의원이 집행기관 공무원에게 설명을 요구하고 소견을 묻는 행위’를 뜻한다. ‘질의’란 ‘의제가 된 안건을 위원회에서 심의하면서 의원이 필요한 사항을 제안자에게 물어 답변을 구하는 안건심사 절차’를 의미한다. 간혹 의원조차도 발언 도중에 질의와 질문을 혼용하는 경우가 있다.
질의를 질문으로 잘못 쓴 기사도 있다. 사무실에서 기사 모니터링을 하다가 잘못 쓴 단어를 발견하면 해당 기자에게 알려줘서 수정을 부탁한다. 안타깝게도 최근에는 사례가 많아져 기사 수정 요청하기가 만만치 않다. 일반 기사가 아닌 사진기사 설명글에도 더러 보인다. 자치구를 구청으로 쓰는 기사가 언론 관행이라고 한다면, 질문과 질의를 섞어 쓴 기사는 기자가 출입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서울시 출입기자의 경우 아무래도 의결기관인 서울시의회보다는 집행기관인 서울시 기사를 주로 쓰기 때문에 생기는 일일 수 있다. 또 기자가 출입처를 바꾸면 출입처 업무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려 정확한 기사를 쓰기 힘들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기자는 올바른 언어로 사실을 정확하게 보도할 책임이 있다. 독자는 기사가 사실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기자가 사실 보도를 위해 취재를 하면서 공무원과 다투는 경우를 더러 본다. 직업특성상 기자는 모르니까 자꾸 물어보는데 공무원은 ‘기자가 비판 기사를 쓰려는지 꼬치꼬치 물어본다’고 오해하고 취재에 비협조 하면서 말싸움이 벌어진다. 공무원에게 기자는 공공의 적이 아니다. 언론을 통해 시민에게 정책을 알려야 하는 공무원은 기자가 정확한 언어로 보도할 수 있도록 언론 취재에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