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싫어하는 사람도 감동받는 이야기
||2024.11.26
||2024.11.26
코뮤니즘. 즉, 공산주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럴 것이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공산주의와 철저히 단절될 수 없고 직·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시대이다 보니 한 번쯤 그 문화와 만나게 된다.
독서의 계절이 되어 책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는데 대부분 사람들은 독서를 할 때도 자신의 성향과 맞는 책을 주로 선정한다. 하지만, 독서량이 많고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다 보면 자본주의, 공산주의 가릴 것 없이 두루 읽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철저하게 공산주의 국가에서 생산된 책은 읽지 않는 편이다.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한 이승복의 원혐이 쓰인 것도 아닌데 공산당의 ‘공’자도 싫어하는 정도이다. 그러다 어느 날 도서관 서가에서 우연히 소설책 한 권을 접하게 된다. 중국 당대소설이다.
중국문학은 러시아 문학, 영미문학에 비해 제3문학으로 치부되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많이 접하지 않는 편이다. 오랜 역사를 같이하고 같은 한자 문화권인데도 불구하고 체제가 다르다는 이유로 고전문학을 제외한 현·당대문학은 등한시 해왔다. 아직도 그러하지만 그나마 수교가 된 이후로는 중국문학이 많이 가까워지게 되었고 중국에서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는 등 우수한 작품들이 발표되고 있어서 국내에서도 소개되고 있다.
책 제목은 ‘원청’. 저자는 우리에게 ‘허삼관 매혈기’로 잘 알려진 ‘위화(余華)’라는 작가로 모옌(莫言), 옌렌커(閻連科)와 함께 중국 3대 대표작가 중에 한 명이다.
서양문학사는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구분하는 데 비해 중국문학사는 고대, 근대, 현대, 당대로 구분한다. 당대는 1949년 공산화 이후를 말한다. 소설의 배경은 다행히 당대가 아니라 청나라 말기에서 민국 초기까지 즉, 근대를 다루고 있어서 그나마 읽기 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배우 하정우 주연의 영화로도 개봉되었던 허삼관 매혈기도 당대 초기가 배경이라 읽을까, 말까 하면서 조심스레 읽었던 기억이 있다.
위화 소설의 특징은 쉬우면서도 심오하고 웃기면서도 슬프다. 책을 읽다가 감동으로 잠시 책장을 덮고 눈을 감아야 하는 순간이 있을 정도다. 그러다가 스토리가 궁금해 다시 펼치기를 여러 번 반복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지난한 삶 속에서 21세기의 중국이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나아가는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베스트셀러가 될 만하고 노벨문학상에 근접할 만하다.
대륙적인 스케일과 감동이 있어도 가까이할 수 없는 문학처럼 요즘 미국과 중국의 심리전을 보면 미국이나 되니 중국을 견제하지 싶다. 1979년 미국과 수교한 이래 과거 클린턴 정부가 중국을 세계무역기주(WTO)에 가입시킨 이후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발전시킨 중국은 미국과 함께 G2로 성장했다.
그리고 최근 테슬라의 중국 진출은 중국 본토에 전기차 바람을 일으켰다. 비야디가 약진했다. 이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대세는 ‘중국산’이라고 할 정도로 미국·일본·유럽 업체들이 주름잡았던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판을 뒤집고 있다.
중국 자동차 수출은 올해 2년 연속 세계 1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에만 작년보다 30.5% 급증한 279만 대로 세계 1위다. 작년 중국 기업의 전 세계 신차 판매량도 미국을 제쳤다.
중국발 공습에 맞서 글로벌 업체들의 행보는 엇갈린다. 벤츠는 절박함에 중국에 투자를 확대하자는 반면 혼다는 중국 내 공장을 폐쇄하거나 생산을 중단한다. 볼보와 포드는 가성비 좋은 중국 전기차에 대응해 수익 중심으로 전략을 바꿨다.
중국은 자국 본토 즉, 내수시장이 세계 시장이나 다름없다. 중국만 커버를 해도 소비량은 세계 1위일 텐데 가성비뿐만 아니라 품질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 현재 중국풍의 위력이다. 아무리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각종 무역 규제를 걸어놓아도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맛본 기업이라면 끊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최강자 미국이 언제까지 중국을 누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비야디가 테슬라를 누르고 화웨이가 아이폰을 앞서고 있지만, 미국이 쉽게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여전히 강세이기는 하다. 중국이 미디어, 제품 브랜딩, 문화 등 미국의 ‘소프트파워’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아직도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만큼 매력적인가 하는 문제 또한 매우 주관적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미국의 힘이 쉽게 외면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아무 소설이 누구에게나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편의 소설이 세상을 바꾸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읽어 본 사람은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의 힘이 어떠한 무기보다도 위력이 있음은 한류를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어떤 이는 공산당 종주국인 러시아보다도 중국 공산당이 더 무섭다고 표현한다. 그것은 아마도 방대한 인구와 문명국의 저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 제재를 받는 국가끼리 보란 듯이 제재를 위반하며 상부상조하는 중심에 중국이 있다. 중국이 글로벌 그림자 경제의 리더인 셈이다. 앞으로 미·중 갈등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유지와 중국식 재편이라는 상반된 목표를 두고 어떻게 전개될까?
‘충돌’이 아니라 ‘감동’일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은 경쟁자로서 함께 나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고 어쩌면 뜻밖에도 소설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감동받게 될 미·중의 따듯한 휴먼스토리가 탄생될 지도 모를 일이니 앞으로 펼쳐질 두 국가 간의 외교와 협상의 추이를 좀 더 관심 있게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