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기 사라진 삼성·SK, 연말 인사에 ‘위기론’ 반영
||2024.11.26
||2024.11.26
삼성과 SK그룹의 연말 정기 인사가 임박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시작하면서 글로벌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예년 대비 인사가 앞당겨지는 분위기다.
특히 두 기업은 올해 실적이 좋다고 할 수 없어 ‘신상필벌’에 초점이 맞춰진 인사가 단행될 전망이다. 삼성은 반도체 사업에서 파격인사를 통해 대대적인 혁신에 나선다. SK그룹도 조직 슬림화·기술통 CEO 배치 등을 통해 분위기 쇄신에 나설 전망이다.
이재용 ‘새로운 각오’
2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7일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이번주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순차 진행한다. 일부 임원의 경우는 이미 퇴임 통보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법정에서 ‘새로운 각오’ 메시지를 내놓은 만큼 경쟁력 회복에 초점을 맞춘 쇄신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에선 실적이 악화된 반도체 담당 사업부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 5월 원포인트 인사로 취임한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을 제외한 사장단 진용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송재혁 반도체연구소장(CTO) 등 주요 사장단의 이동 및 교체 가능성이 점쳐진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사장)과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남석우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사장),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부사장)의 경우 주요 보직 중용이 거론된다.
가전과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DX부문장을 맡고 있는 한종희 부회장도 유임 될 가능성이 높다.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과 용석우 VD사업부장(사장)도 유임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 TF에 대한 조직 재편 여부도 재계 관심사다. 삼성은 사업지원(삼성전자), 금융경쟁력 제고(삼성생명), 설계·조달·시공(EPC)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TF를 통해 과거 미래전략실(미전실)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다만, 신사업 추진력 한계 등이 약점으로 지목되며 컨트롤타워 부서 재건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정현호 사업지원TF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은 통상 12월 초 연말 인사를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삼성 위기론’이 불거지는 등 그룹 차원에서 쇄신을 위해 연말 인사를 앞당겨 진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전날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취후진술을 통해 ‘위기극복’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 회장은 “삼성과 저에게 보내준 애정 어린 비판과 격려를 접하며 회사 경영에 대한 새로운 각오도 마음 속 깊이 다졌다”며 “세계 곳곳의 여러 기업가들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고 국내외 현장에서 뛰고 있는 여러 임직원들과 소통하며 삼성의 미래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삼성이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치 않다”며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 발 나아가겠다”고 했다.
AI에 중점 둔 최태원, 키워드는 ‘기술통·슬림화’
SK그룹도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통해 쇄신을 예고했다. SK그룹은 12월 초 정기 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열린 ‘CEO 세미나’에서 ‘운영개선(OI·Operation Improvement)’을 강조한 만큼 조직 슬림화와 사업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향의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OI는 수익 마진과 고객만족도, 지속 가능성 등 핵심 성과지표를 최적화해 사업 수익성을 높이는 경영 전략을 뜻한다.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컨트롤타워 조직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 임원 수를 10~20% 줄일 방침으로 전해진다. 앞서 조기 인사를 실시한 SK에코플랜트는 기존 66명에서 51명으로, SK지오센트릭은 21명에서 18명으로 임원 수를 축소했다. 올해 초 219개에 달했던 계열사도 합병과 매각을 통해 연말까지 10%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되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승진 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22년 SK하이닉스 대표이사에 오른 곽 사장은 지난해 말 박정호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단독대표를 맡아 회사를 이끌었다.
사장단 인사폭도 관심이 쏠린다. SK그룹은 이미 올해 초부터 강도 높은 ‘리밸런싱(재구조화)’을 추진하며 SK에코플랜트와 SK스퀘어 사장을 교체했다. 10월에는 SK에너지와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IET) 사장이 교체됐다. 특히 이공계 출신을 CEO로 발탁하는 등 기술·현장 중심형 인사가 이뤄졌다.
재계에선 이미 일부 계열사 수장이 교체된 만큼 추가적인 사장단 칼바람 인사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인적 쇄신을 위해 젊은 CEO나 기술통 인사가 추가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계열사 CEO들에 ‘운영 개선’을 통한 대대적인 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10월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CEO 세미나' 폐회사를 통해 "차세대 챗GPT 등장에 따른 AI 시장 대확장이 2027년을 전후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SK가 기회를 잡으려면 현재 진행 중인 ‘운영개선’을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운영개선은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정”이라며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거시(Macro) 환경 변화를 잘 보고, 사별 특성에 맞게 사업환경 예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운영개선 달성도를 정량화 및 측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