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마더 데레사 효과
||2024.11.27
||2024.11.27
이 땅에서 정치 현실에 대한 환멸과 좌절감 없이 사는 건 불가능하다.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기득권 정쟁과 부패,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 민심과 괴리된 대의제의 왜곡, 무능한 관료제, 권력과 자본에 편파적인 사법 체계 등 정치적 효능감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 아수라장 같은 세상의 부조리 때문에 울분을 참기 힘들다. 그때마다 1979년 노벨평화상에 빛나는 마더 데레사(MOTHER TERESA) 수녀(1910∼1997)를 떠올리게 된다.
마더 데레사 효과라는 게 있다. 이는 데레사 수녀의 헌신적인 봉사활동에서 유래한 것이다. 1998년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시행한 연구로서 봉사와 선한 일을 생각하거나 보기만 해도 마음이 착해지고, 우리 몸도 영향을 받아 신체 내에서 바이러스와 싸우는 면역 물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호세 루이스 곤살레스 발라도가 정리한 「마더 데레사 자서전」에 따르면, 알바니아에서 태어난 마더 데레사는 18살에 수도원에 들어가 수녀가 된다. 사랑의 선교회 소속으로 인도에 가고, 콜카타의 수도원 학교에서 교사로 일한다. 수녀는 히말라야 산맥 기슭의 다르질링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예수와의 영적 만남을 체험한다. “가난한 이들 가운데 가장 가난한 이에게 봉사하라”는 가르침을 좇아 거지, 고아, 나병인, 죽어가는 사람들 등 사회에서 내버려진 사람들을 돌보기 시작한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이 예수님 같다고 여기면서 섬겨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그들이 예수님이기 때문에 섬겨야 합니다.” 수녀는 가난한 이를 받들어야 하는 까닭을 이처럼 강조했다. 또한 자신이 거짓말쟁이가 아닌지, 세상에 무엇을 속이지는 않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한다. 번민 속에서도 수녀는 신에 대한 갈망과 이웃 사랑에 대한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데레사가 죽었을 때, 종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이 그녀를 '어머니'로 불렀다.
이런 사랑과 헌신이 우리에게도 가능할까? 데레사 수녀가 보여 준 인간의 품위를 위한 연민과 희생을 말하기엔 탐욕과 도덕적 타락이 극심하다. 최근에는 민주주의가 한층 약화되고 전체주의의 기세가 강화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줄곧 성장과 팽창의 시대를 살았지만 앞으로는 기술혁신에 의한 일자리 감소까지 덮쳐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제로섬 사회가 될 것이다. 물신숭배와 한탕주의, 이기주의, 각자도생이 일상의 풍경이 될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사랑이 멸시되는 고통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위기의 상황마다 마더 데레사 효과는 우리를 각성시키고 분발하게 한다. 이미 선량한 종교인들과 시민들이 수녀의 삶을 본받아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강력하게 확충하는 일자리 중심의 생산적 복지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영성의 힘으로 가난과 소외를 위로하는 건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홍동윤 인천인재평생교육진흥원 비상임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