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삶] 인천아트쇼 단상
||2024.11.28
||2024.11.28
11월21일부터 24일까지 송도컨벤시아에서 네 번째 인천아트쇼가 열렸다. 4일간 6만8000여 명이 관람했다. 작품 6000여 점 전시와 새로 시도한 볼거리들, 하루하루 고조되는 큰 잔칫집 같은 분위기는 아무래도 모든 연령대의 관람객이 늘고 성황을 이뤄준 덕분이라 생각한다.
젊은 부부와 유모차에 실려 온 아기부터 초등생들, 청소년과 젊은이들, 아주머니 아저씨들, 어르신들 그리고 외국인들까지 모두 어디에서 이렇게 많이 몰려왔을까? 그들이 한 공간 안에서 따로 또 같이 뿜어내는 기운과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의자에 앉아 잠시 쉬는 필자에게 그들과 함께 숨 쉬며 살아있다는 생동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사람 많이 모였을 때 사람 구경만큼 더한 볼거리가 있을까. 필자가 마치 주최자가 된 양 감사하는 마음으로 전시장 내에 한 사람 한 사람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이끌려 전시장을 찾은 어린이들을 볼 때는 '조손캐미랄까'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며 그 모습 자체가 소소한 감동을 주었다.
필자의 어린이에 관한 관심과 사랑은 교육연극(Educational Theatre)을 우리나라에 처음 알린 1992년부터 돈독해지기 시작했다. 그해 겨울방학에 청소년과 교사가 함께 참여하는 교육연극 워크숍을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5층에서 열었는데, 초등 6학년생 자녀를 둔 강남의 한 학부모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꼭 교육연극 워크숍을 참여해야겠다는 것이고, 친구 한 명 더 받아주시면 마음을 놓고 보낼 수 있겠다는 간곡한 부탁이었다. 교육연극을 처음 알리는 초창기여서 교육연극에 대한 이해가 빠른 것이 반가웠고, 어린이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어서 받아 주었다. 그때 참여했던 청소년과 교사들도 놀랄 만큼 두 명의 초등학년생은 프로그램에 매우 기여했다. 그때 필자는 어린이에게서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이후 매년 여름, 겨울방학 어린이교육연극교실에 시간을 할애하며 코로나사태 전 2019년까지 지속하였다.
1994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주최 초등5·6학년 여름방학 미술교육에 출강해서 교육연극방법으로 시도했을 때, 30명 어린이를 두 팀으로 나누어 프로그램의 큰 주제인 '환경과 어린이'에 걸맞은 즉흥 스토리와 대본 만들기를 했다. 또 결과물 전시가 가능한 장면별 스케치와 입체조형물을 만들고 즉흥극을 실연하였다. 만화에 관심이 있는 어린이는 대본을 만화그리기로 하는 등 연극방법을 촉매제로 활용하며 따로 또 같이 진행하는 교육연극수업 방식이 최대의 교수효과를 보았다.
2011년 인천 남동문화예술회관(현 소래아트홀) 초대 관장직에 선임되어 모든 연령별 다양한 개관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갤러리 프로그램 중에 어린이체험프로그램을 구상했다. '갤러리 속 만남의 장소, 갤러리 속 이야기방, 갤러리 속 책방, 갤러리 속 공방, 갤러리 속 그림자극장…'
무대장치가는 각 방을 디자인했고, 대소도구를 제작했다. 각 방에서 진행할 배우와 스태프들은 여러 날 교육연극방식으로 워크숍을 했다. 워크숍에서 주제를 정하고, 그에 따른 스토리텔링, 구성대본 만들기, 이야기선생님, 책방직원, 공방선생님, 그림자극장 해설 등 진행 순서대로 각자 역할을 맡아 개인소품도 만들고 역할 연습을 하였다. 공방에서 어린이들이 만든 그림자연극놀이 소품을 들고 그림자극장으로 이동하면 그림자 극장 담당 배우와 스태프들은 자연스럽게 어린이들을 유도하며 참여시켜 그림자극을 완성한다. 필자가 구상한 대로 연출하여 실행했고 호응도 좋았던 필자의 어린이체험교육프로젝트이다.
어떤 날 이 프로젝트를 다시 하게 된다면 '거기는 이렇게, 저기는 그렇게 수정해야지'라는 생각에 빠져있는데 손전화가 울렸다. 지금 인천아트쇼 전시장 입구에 도착한 지인이 찾는다.
필자는 인천아트쇼를 홍보해서 불러 모은 지인들을 안내하느라 송도컨벤시아에 매일 출근했다.
/박은희 연출가·전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