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스케치] “가장 어려운 결정”… 엄숙함 속 금리 인하 단행
||2024.11.28
||2024.11.28
올해 마지막으로 기준 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8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개최됐다. 이번 회의는 금리 결정 어려움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돼온 만큼 분위기가 엄숙했다. 시장에서는 금리 동결을 우세하게 점치고 있었다. 하지만 회의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내수 부진으로 인한 ‘깜짝 인하’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00%로 0.25%포인트(p) 내렸다.
서울에 이틀째 내린 폭설로 출근길 정체가 빚어졌지만, 금통위를 향한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회의장은 한은 집행간부들과 30여 명의 취재진들로 가득 찼다. 금통위원들은 회의 시작 전인 8시 57분쯤 동시에 회의장에 입장했다. 황건일 위원이 가장 먼저 입장했고, 뒤이어 유상대 부총재, 이수형 위원, 김종화 위원, 신성환 위원, 장용성 위원이 등장했다. 위원들은 가벼운 담소나 눈인사도 없이 자리에 앉아 책상 위에 놓인 서류철을 바라봤다. 금리 결정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부담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다양한 금통위원들의 넥타이 색깔에서도 금리 결정의 어려움을 볼 수 있었다. 유상대 부총재와 황건일 위원은 푸른 계열의 넥타이를 맸고, 장용성 위원은 어두운 갈색 넥타이를 맸다. 김종화 위원과 신성환 위원은 노란 빛 넥타이를 맸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이수형 위원은 하얀색 블라우스를 상의로 입었다. 통상 넥타이 색깔은 금리 결정 방향을 시사하는 신호로 풀이됐다. 붉은 계열일 경우 매파적 신호를, 푸른색 계열일 경우 비둘기파적 신호를 낸다고 알려져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회의 시작 1분 전인 8시 59분 붉은 계열의 넥타이를 매고 입장했다. 회의장을 둘러보며 자리에 앉은 그는 취재진을 향해 “많이 오셨네요”라고 짧게 인사했다. 이후 말없이 의사봉을 두드렸다.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며 38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단행한 바 있다. 회의에 앞서 조선비즈가 국내 채권·거시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문가 전원이 이번 달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58개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84%가 기준금리를 동결을 전망했다.
미국 대선 이후 고환율 기조가 계속되는 등 외환시장은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로 인한 불확실성을 감안해 최근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하며 추후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금통위는 지난달 ‘포워드 가이던스(금통위원의 3개월 후 금리 전망을 취합한 것)’를 통해,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연 3.25%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예상과 달리 금리 인하가 결정되자, 시장에서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금통위 포워드 가이던스로 1월에 금리 인하가 될 것으로 봤는데, 크게 어긋났다”라며 “(금리 인하를 예상할 수 있는) 시그널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