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도루’ 감행한 금통위... 포워드 가이던스 유효성 ‘논란’
||2024.11.28
||2024.11.28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8일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대부분 금리 동결을 예상하며 금리 결정에 큰 관심을 갖지 않던 상황에서 돌발적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무관심 도루’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금리 변동에 따른 시장 충격에 대비하겠다며 한은이 도입한 ‘포워드 가이던스’의 신뢰를 잃게 하는 금리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시장의 통화정책 예측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미래 통화정책 방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예고하는 것을 말한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3.00%로, 종전 대비 0.25%포인트(p) 내렸다. 지난달 금통위에 이어 2회 연속 인하했다.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에선 금리 동결 예측이 많았다. 지난달 금통위 이후 한은이 밝힌 ‘포워드 가이던스’(미래 통화정책 방향 예고)의 영향이 컸다. 10월 금통위에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향후 3개월 내 연 3.25%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나머지 1명만 ‘연 3.25%보다 낮은 수준으로의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했다.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소비 침체에 따른 경기 부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통화정책에 대해선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10월 금통위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동결을 주장한) 5명은 이번(10월) 인하로 인한 부동산과 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고, 미 대선 결과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도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머지 1명은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의 작동이 시작한 상황에서, 내수 하방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시장에선 포워드 가이던스를 존중해 올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뤘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 83%가 한은이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1400원을 넘나드는 환율이 이런 전망의 이유로 지목됐다.
한 달 만에 바뀐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시장에서는 포워드 가이던스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워드 가이던스를 빗겨간 통화정책 결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3년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하던 시기, 이창용 총재는 ‘0.25%p씩 점진적 인상’을 언급하다, 10월 돌연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포워드 가이던스는 항상 조건부”라며 “경제전망을 조정하는 것처럼 새 뉴스가 들어오면 당연히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워드 가이던스와 다른 통화정책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선 “10월 이후 큰 변화가 있었다. 미 대선은 불확실성이 있었지만,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승리한 ‘레드스윕’은 예상을 넘어갔다”며 “3분기 수출도 액수가 아닌 물량 측면에서 증가세가 크게 낮아졌다. 수출에 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시장의 판단은 엇갈린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포워드 가이던스와 11월 금통위 결정이 어긋난 가장 큰 이유는 한은이 미국의 대선 결과를 잘못 예측한 영향이 커 보인다. 흔한 말로 ‘삑사리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공 연구원은 다만 “미 대선 결과와 상하원 선거는 그만큼 불확실성이 컸던 이슈이긴 하다”면서 “상황이 달라진 만큼, 결정을 달리한 것 자체는 적절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사 고위 관계자는 “국내 경제 상황만 놓고 보면 금리를 내리는 게 맞는 상황인데, 지난달에 너무나도 강하게 ‘동결’로 몰아갔다”면서 “시장에선 오늘 결정이 아니라 지난달 ‘포워드 가이던스’가 ‘오히려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한은의 소통은 ‘포워드 가이던스’만 문제가 아니다. 시장에서 아예 한은의 얘기가 안 먹히는 상황”이라며 “오늘 예상 밖의 금리 인하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게 그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