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가 추진 중인 대 중국 반도체·장비 판매 규제가 이르면 다음주 발표될 전망이다. 당초 언급되던 전방위 압박에서 규제 수위가 낮아지는 한편, 중국 장비 업체가 표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중국 AI 산업 발전을 막기 위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 제한은 여전히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베이징의 기술 야망에 대한 미국의 판매 규제가 이르면 다음주 중 공개될 수 있다”며 “미국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들의 집중적인 로비에 따라 과거 고려됐던 엄격한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정부가 추가적인 수출 규제를 추진한다는 점은 지난 7월부터 알려져 있었다. 이후 보도를 통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램리서치, KLA 등 미국 주요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와 도쿄일렉트론(TEL) 등 일본 장비업체들에 대한 강력한 수출 제한 가능성이 언급돼왔다. 이에 미국 장비업체들이 필사적인 로비에 나섰고, 최종 규제안은 보다 유해졌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최종 규제는 반도체 제조 시설 자체보다는 중국 반도체 장비 제조사들을 중점적으로 겨냥할 전망이다. 반도체 산업 공급망의 기틀이라 할 수 있는 장비사의 성장을 우선적으로 가로막고, 중국 반도체 생태계를 외산 장비사에 종속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장비 업체 외에도 중국 파운드리인 SMIC를 비롯해 화웨이의 주요 공급업체 6개사가 제재 목록에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창신메모리(CXMT)는 제재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블룸버그는 “미국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들의 부분적인 승리”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대 중국 수출 제한 시도 영향 받아온 일본·네덜란드 장비업체들에게도 희소식이다. 이날 도쿄증시에서 도쿄일렉트론은 한때 10%까지 상승했다.
장비 업체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타격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초안부터 논의되던 대 중국 HBM 수출 제한이 최종 규제에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 HBM이 AI 칩셋 제조 필수요소로 꼽히고, 규제 목적이 중국 AI 역량 제한에 있는 만큼 HBM 수출 제한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최근 저가 공세로 메모리 시장을 교란하며 빠르게 기술력을 끌어 올리고 있는 CXMT에 대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이 새 규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