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전략통’ CEO 전면 배치...삼성 전자 계열사, 사업 경쟁력 강화 ‘승부수’
||2024.11.28
||2024.11.28
삼성의 전자 계열사 수장이 상당수 교체됐다. 지난해는 모두 유임됐지만, 올해는 삼성전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전자 계열사가 새로운 사장을 맞이하는 등 변화에 방점이 찍혔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을 견제하고, 내부적으론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략·기술통’ CEO를 전면 배치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새 수장에 ‘기술통’ 이청 사장
28일 삼성그룹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글로벌리서치 등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삼성 전자 계열사 가운데 사장단 인사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곳은 삼성디스플레이다. 이청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이 내부 승진을 통해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LCD와 OLED 개발 및 공정기술 등을 두루 경험한 디스플레이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현재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센 만큼 이를 타개하기 위해 풍부한 경험과 기술 리더십을 보유한 이청 신임 사장을 내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중국 기업들은 LCD에서 OLED로 체제 전환을 추진하며 출하량을 늘리고 있다.
미국경제·혁신정책 싱크탱크인 정보혁신재단(ITIF)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글로벌 OLED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자국 기업에 중국산 OLED 탑재량을 늘리며 입지를 넓히고 있는 것인데,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대비 기술력은 떨어지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사를 유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청 사장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주력 사업인 중소형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역량을 쌓아온 만큼 향후 태블릿과 스마트폰용 OLED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 반도체·디스플레이 두루 경험한 ‘베테랑’
삼성디스플레이서 실적 호황을 이끈 최주선 사장은 삼성SDI로 자리를 옮긴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D램 개발 등 경험을 쌓은 최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과 대표이사를 역임했는데, 이번 인사로 배터리까지 맡아 삼성의 핵심 사업을 두루 경영하게 됐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로서 기술전문성과 경영 능력을 발휘해 디스플레이 사업의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사장의 등판으로 삼성SDI의 위기 타개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삼성SDI는 ‘전기차 캐즘(수요부진)’ 장기화로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다. 3분기 영업익 1299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2.1% 급감한 수치다. 전방 산업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만큼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ESS 등 경쟁력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IRA 폐기 선언도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삼성SDI는 이에 대비해 전기차 및 배터리 업계와 긴밀히 공조하는 한편, 공급망 리스크 해소를 위해 탈중국화에 힘써야 할 전망이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항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확장 및 기술경쟁력 강화도 불가피하다.
경영진단실 초대 실장 맡은 최윤호 사장…미전실 부활(?)
최윤호 사장은 배터리 사업을 떠나 글로벌리서치에 신설된 경영진단실 수장을 맡았다.
경영진단실은 관계사의 요청에 따라 경영·조직·업무 프로세스 등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 도출을 지원하는 전문 컨설팅 조직이다. 시장 변화를 비롯한 굵직한 이슈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선 전문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해당 조직을 신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사장은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서도 배터리사업 성장 토대를 만들어 낸 ‘전략통’ CEO로 평가받는다. 그는 그간 축적한 글로벌 경험 및 사업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삼성 내부 경영 진단 및 사업경쟁력 제고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전략통이자 핵심 재무통으로 꼽히던 최윤호 사장이 연구조직에 새로 생긴 경영진단실을 맡자 옛 그룹 미래전략실이 부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유일하게 자리지킨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체질개선에 총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전자 계열 대표 가운데 유일하게 유임됐다. 삼성전기가 올해 전장과 AI 분야로 체질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자리를 지킨 것으로 분석된다.
장 사장은 올해 상반기 삼성전기의 호실적을 이끌어 AI 시대에 잘 대응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기는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2.7%, 12.6% 증가하며 뚜렷한 반등세를 보였다. 장 사장이 AI로 수요가 급증한 반도체기판과 차량용 적층케라믹커패시터(MLCC) 등 미래 기술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왔던 것이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HPC용 기판 사업 확대와 더불어 전장 부품 사업 등을 강화하고 있다.
장 사장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과 시스템LSI사업부 LSI개발실장, 시스템온칩(SoC) 개발실장 등을 역임한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다. 대표이사 선임 당시 삼성전기 측은 장덕현 사장과 관련해 “메모리, 시스템반도체 등 다양한 제품 기술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다”라고 평가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