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대응’으로 본격 시선 돌린 한은… “내년 인하 속도 가팔라질 것”
||2024.11.28
||2024.11.28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0%로 내리면서 백투백(back to back·연속) 인하를 단행했다. 불안정한 환율에 동결을 점치는 분위기가 만연했지만 한은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리를 인하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로 하향 조정된 데다 트럼프발(發) 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것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시장에서는 내년 금리 인하 속도가 더욱더 가팔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연 3.0%에서 내년 말 최종 금리 수준이 2.25%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다만 다음 금통위에서 3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내년 첫 금통위 회의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나흘 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1월 한 차례 인하를 쉬어갈 수 있다는 시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대응해 인하를 이어갈 것이라는 시각이다.
◇ 한은 “경기 둔화로 금리 인하… 성장률 0.07%p 오를 것”
한국은행 금통위는 28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0%로 0.25%포인트(p) 인하하기로 했다. 3년 2개월간 지속되던 긴축기조를 종료하고 금리를 0.25%p 내린 지난달에 이어 두 번 연속 인하다. 한은이 두 차례 이상 연속해 금리를 내린 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가 실렸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나들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데다, 둔화하던 가계부채 증가세도 2금융권을 중심으로 다시 확대됐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 83%가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경기 둔화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한은의 결정이 달라졌다. 이날 한은이 제시한 수정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대비 1.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2026년 성장률은 1.8%로 전망됐다. 올해 성장률 전망인 2.2%는 물론 잠재성장률(2%)까지 밑도는 수치다.
한은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수출 증가세가 구조적으로 둔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경제전망을 보면 내년 재화수출 증가율은 종전 전망치 2.9%에서 1.5%로 낮아졌다. 2026년 증가율은 그 절반인 0.7%로 예측됐다. 올해 재화수출 증가율이 6.3%로 예상된 것을 감안하면 둔화세가 뚜렷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출이 액수 면에서는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나 물량 증가세는 크게 낮아졌는데, 일시적 요인보단 경쟁국과의 수출 경쟁이 심화한 데 따른 구조적 요인이 크다고 판단했다”면서 “수출이 내수로 흐르는 온기가 약화할 것을 대비해 금리를 낮췄다”고 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낮출 경우 경제성장률을 0.07%p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부연했다.
한은의 달라진 기류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에서도 나타났다. 지난달 통방문에서는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하면서 앞으로의 인하 속도 등을 신중히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했는데 ‘신중히’를 제외한 것이다. 이창용 총재는 “고민했던 부동산·가계부채 문제가 많이 완화됐고 물가 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에 ‘신중히’라는 단어를 뺐다”고 설명했다.
◇ “한은, ‘신중함’ 버리고 ‘슈퍼 도비시’”… 최종금리 연 2.25% 대세
시장에서는 한은의 이번 결정이 ‘슈퍼 도비시’(매우 비둘기파적·Super Dovish)한 인하였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금통위는 인하를 단행하면서도 ‘속도 조절’을 여러 차례 강조한 만큼, ‘매파적 인하’로 평가된 바 있다. 이번 금통위를 계기로 한은이 ‘성장 대응’에 방점을 둔 정책 집행으로 입장을 분명히 선회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단 시각이다.
이에 따라 내년엔 한은이 더욱 적극적인 인하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재정지출 확대 여력이 낮다면, 내년 성장률 둔화에 대한 직접적 타개책 중 하나는 한은의 적극적인 금리 인하 행보밖에 없다”며 “내년 한은의 적극적 완화 정책은 (경기 하방리스크 방어에) 필수적”이라고 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장기간 내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금리 동결로 고금리 정책을 취해왔던 점을 고려할 때, 내수 회복세를 끌어내기 위해선 가파른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평가된다”며 “특히 물가 상승률 2%를 하회하는 구간에서 미국 대비 한은은 상대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 여력이 크다”고 했다.
이번 통방문에서 ‘신중히’란 문구가 삭제된 점은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신중히’를 지운 것이 향후 인하 속도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며 “실질금리와 물가, 건설투자 경로 등을 감안할 때 내년 하반기보다는 상반기에 (인하 결정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이야기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내년 ‘최종 금리’ 수준 전망도 일제히 낮춰 잡았다. 현재로선 연 2.25%가 우세한 분위기다. 키움증권·하나증권·iM증권 등이 최종 금리를 연 2.25%로 제시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애초 연 2.75%에서 연 2.50%로 하향 조정했고, 교보증권은 “당초 예상했던 연 2.50% 수준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본다”며 “한은이 굳이 최종 금리 레벨을 중립금리 수준 이상으로 설정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언급했다. iM증권은 나아가 “하반기 경기 회복 속도가 미진할 경우 연 2.0%까지 인하될 수 있다”고도 했다.
다만 내년 첫 금리 인하 시기가 1월이 될지, 2월이 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내년 첫 한은 금통위 개최일이 1월 16일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일이 1월 20일임을 고려해서다. 김상훈 연구원은 “내년 금통위 회의 일시가 4분기 경제 성장률 확인이 불가능하고 트럼프 취임 이전인 만큼, 2월 인하가 적절하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반면 안예하 연구원은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인하를 주장하는 위원이 증가(10월 1명→11월 3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전보다는 확실히 신중한 스탠스가 약화했다”며 “트럼프 취임을 앞둔 날이지만, 취임 전후 정책 불확실성 요인을 감안하면 1월에도 하방 리스크에 대응하는 차원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이어 “경기 하방 리스크로 시선이 완전히 변화했다는 점에서 2월까지도 연속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이날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급락(가격은 상승)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0.3bp(1bp=0.01%포인트) 내린 연 2.638%를 기록했다. 5년물과 10년물 금리도 각각 9.7bp, 9.2bp 내린 연 2.686%, 연 2.788%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도 하락했다. 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 전날보다 1.4원 내린 1395.6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