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계엄령 선포, 민주주의의 심각한 후퇴...한국의 불명예”
||2024.12.04
||2024.12.04
AP통신, 블룸버그통신,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3일 밤부터 6시간 동안 빚어진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계엄령을 선포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의문을 제기함과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수호한 한국의 과거와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계엄령에 반대하기 위해 새벽에 거리로 나온 시민들과, 한국 언론의 실시간 보도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했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계엄령 선포 자체가 적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 전쟁과 유사한 상황 또는 이와 유사한 국가 비상사태에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며 “대한민국이 현재 그런 상태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계엄령 선포는) 민주주의의 심각한 후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이 불명예스러워졌다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계엄령은 무서운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어떤 나라가 계엄령을 선포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냐”고 반문한 뒤 “활기차고 확고한 민주주의 국가이자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불명예스러운 목록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선포한 충격적인 조치는 몇 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수십 년간 깊이 자리 잡은 민주주의가 이룬 성공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주요 외신은 계엄령이 선포된 것 자체에 대해선 비판하면서도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고, 언론이 이를 즉각 보도한 것은 높이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1980년대 후반 군부 독재가 종식된 이후 처음으로 한국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자 곧바로 수많은 사람들이 경찰이 지키고 있던 국회의사당 밖에 모였고, 국회의사당 안에서는 대통령의 결정을 차단하기 위한 투표가 이뤄졌다”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한국의 강력한 민주주의 체제를 보여줬다”고 했다.
계엄령이 선포되면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를 비롯한 권리와 법원의 권한을 제한하기 위한 ‘특별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선포 이후에도 한국 언론은 이를 시시각각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직 고위 육군 장교를 인용해 “계엄령이 공식 발효된 지 수 시간이 지났지만 전화, 인터넷 및 모바일 통신이 여전히 작동했고 국가 소유의 언론 매체는 야당 의원들이 계엄령 시행에 대해 격렬하게 비판한 내용을 계속 보도했다”며 언론이 굴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또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3시간이 지나지 않아 국회의원 300명 중 190명이 본회의장에 보여, 190명 전원이 계엄령 해제안에 찬성하고,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계엄령에 반대한 것도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블룸버그는 “국회의사당에서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의 결정을 차단하기 위해 투표했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한국의 강력한 민주주의 체제를 보여줬다”고 했다.
가디언은 “군부 독재에 맞서 거리에서 싸운 노년 세대에게 계엄령은 독재와 동의어이고, 21세기 한국은 과거와 다르다”며 “젊은 세대는 계엄령이 자국의 평판을 망쳤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고, 많은 한국인이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윤 대통령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해한다”며 “이제 한국인들은 신속한 탄핵을 거론 중”이라고 했다. 브루킹스 연구소 아시아 정책 연구 센터의 앤드류 여 수석 연구원 역시 워싱턴포스트(WP)에 “이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으며, 많은 한국 국민이 대통령이 지나쳤다고 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