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니코틴 규제, 계엄 후폭풍에 무기한 표류
||2024.12.09
||2024.12.09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폭풍으로 국정운영에 차질이 생기면서 합성 니코틴 규제를 위한 정부 논의 개시도 무기한 연장될 전망이다. 최근 합성 니코틴 전자 담배를 출시한 글로벌 담배 회사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는 국내 입법 공백 유지로 ‘어부지리’ 효과를 얻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으로 예정됐던 ‘담배사업법 공청회’가 계엄 후폭풍에 따른 정국 마비로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생 법안 처리 지연으로 연내 법 개정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27일 열린 기재위 제1차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는 10건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통과가 무산됐다. 도입 시기를 놓고 견해차가 발생하면서다.
재정소위에서는 개정안 통과가 무산됐지만, 양당 모두 합성니코틴 규제 필요성에 동의해 이달 내 ‘담배사업법 공청회’를 열고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비상계엄 여파로 연내 안건 처리가 어려워 BAT만 이득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개정안 골자는 ‘합성니코틴을 담배에 포함시키느냐’다. 합성니코틴은 현행 담배사업법상 ‘담배’가 아닌 공산품으로 분류돼 관련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BAT가 지난달 25일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노마드 싱크 5000′을 국내 출시하며 합성 니코틴 규제 논의에 불이 붙었다.
BAT가 글로벌 시장에서 합성 니코틴 제품을 내는 것은 이번에 한국이 최초다. 합성니코틴 담배는 현재 국내에 상당량이 유통 중이지만, 주요 담배 회사가 정식으로 출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합성니코틴 시장은 대부분 소규모 사업자들이 판매해 왔다.
BAT가 합성니코틴 담배를 출시한 것은 담뱃세를 내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합성 니코틴 담배는 한국에서 법적으로는 ‘담배’가 아니다. 법상 담배는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화학적인 합성으로 만든 니코틴은 해당되지 않는다. 같은 액상 담배라도 ‘천연 니코틴’ 담배엔 1㎖당 약 1800원의 담뱃세가 붙는다.
합성니코틴 담배는 담뱃세도 내지 않아도 될뿐더러 경고 문구 의무도 없고, 온라인 판매(성인 인증 필수)도 가능하다. 하지만 인체에 유해하다는 점에선 기존 담배와 다른 게 없다. 해외 기업이 국내 입법의 미비를 악용해 세금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삼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합성니코틴과 천연니코틴 액상 담배에 다른 법을 적용하고 있고, 업계는 연간 1조6000억원의 세수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BAT로스만스는 “자발적으로 담배 규제 정책을 준수하겠다”며 “합성니코틴에 대한 합당한 규제 도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규제 공백 유지 시 세금을 내지 않고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한 터라 업계는 이를 국내법의 허점을 노린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생길 때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합성니코틴을 맘껏 판매할 수 있으니 BAT 입장에선 이번 탄핵 정국이 어부지리”라면서 “향후 입법이 된다 해도 합성니코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규모 자영업자들보다 BAT가 가격 인상 압박 등을 더 잘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