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추격 허용 않겠다"는 곽노정… 재건 총대 멘 전영현
||2024.12.20
||2024.12.20
AI(인공지능) 반도체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주도권을 두고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간 역할론이 주목받는다.
곽노정 사장은 HBM 기술 주도권을 뺏기지 않고 경쟁력을 이어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전영현 부회장은 HBM 리더십을 회복해 메모리 선두 지위를 되찾아야 한다. 양대 수장에게는 내년 엔비디아향 공급 이슈가 맞물린 차세대 HBM4 기술력 선점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HBM 리더십 강화에 총력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HBM 분야에서 주도권을 먼저 쥐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AI 큰손인 엔비디아에 5세대 HBM(HBM3E)를 독점 공급하면서 삼성과 격차를 크게 벌려놨다. SK하이닉스는 D램 분야 선두 위치를 공고히 한 올해를 계기로 HBM 기술력 주도권을 이어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올해 11월 6세대인 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해 연내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내년 상반기 공급을 목표로 현존 HBM 최대 용량인 48기가바이트(GB)가 구현된 16단 HBM3E 개발에도 착수했다. 6세대 HBM4 12단 제품도 내년 하반기 출시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기존 최대 용량인 12단 HBM3E의 용량은 3GB D램 단품 칩 12개를 적층한 36GB다. AI 열풍에 따른 고용량, 고성능 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6세대 HBM부터는 단수가 16단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곽노정 사장은 11월 4일 'SK AI 서밋'에서 "차세대 HBM인 HBM4의 경우 16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예상돼 이를 대비해 48기가 바이트 16단 HBM3E를 선제적으로 개발하고 있고 내년 초 샘플을 제공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부 분석 결과 16단 HBM3E는 12단 대비 학습 분야에서 18%, 추론 분야에서 32% 성능이 향상됐다"며 "추론을 위한 AI 가속기 성장성이 확실한 만큼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선두주자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시장과 기술 변화에 더 민첩하게 대응하고 혁신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 원팀 체제 구축, C레벨 중심의 경영 체제로 조직개편도 했다. AI인프라, 미래기술연구원, 개발총괄, 양산총괄, 코퍼레이트센터 등 5개 사업조직을 나눈 뒤 각각의 C레벨이 이를 전문으로 맡아 책임을 높이도록 하려는 취지다.
최근에는 HBM 생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청주 M15X 공장 인력풀을 넓히는 중이다. 이를 위해 12월말부터 경기 이천캠퍼스의 D램 전공정 팀장급 인원 일부를 청주 캠퍼스로 이동시킬 계획이다. 이번에 인원을 투입하는 청주 M15X 공장은 HBM을 집중 생산하는 공장으로 내년 11월 준공이 예정됐다. 이동하는 인원들은 인프라 구축, 장비 세팅 등 M15X 가동 전에 필요한 기반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메모리 1등' 위상 회복 사활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SK하이닉스에 뺏긴 '메모리 1등' 위상을 되찾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를 위해선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가능하다.
DS부문장을 맡고 있는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재기를 위해 구원투수격으로 투입됐다. 전 부회장은 DS부문 산하의 메모리 사업부 수장을 겸하며 메모리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연말 조직개편에서 메모리 사업부가 대표이사 직할 체제로 승격시킨 것으로, 전 부회장의 역할론이 더욱 커졌다. 또 DS부문 전반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DS부문 직속 사장급 경영전략 담당 보직도 신설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전 부회장 주도 하에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6세대 HBM4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SK하이닉스에 한 세대 앞서 HBM4에 '1c 공정(10나노급 6세대 D램)' 기술을 적용해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HBM3, HBM3E 주도권을 SK하이닉스가 이미 가지고 있는만큼 삼성전자로서는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HBM4의 개발 성공이 중요한 변수가 됐다.
최근에는 기흥과 화성에 분산된 기술 연구직 인력을 평택으로 집결시키는 작업도 추진했다. "기술직이 생산기지 옆에 위치해야 공정관리를 할 수 있다"는 전영현 부회장의 특명에 따른 이동이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3E 8단과 12단 제품을 연내 공급할 것이라고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시사한 적 있다. 하지만 5세대 HBM3E 납품을 위한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다른 선택지인 브로드컴에 HBM을 공급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브로드컴은 고객사에 맞춤형 AI 반도체를 공급하는 반도체 기업으로 최근 엔디비아 대항마로 떠올랐다.
전영현 부회장은 11월 18일 기흥 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설비 반입식에서 "최근 우리는 전례 없던 변화와 도전의 시기를 겪고 있지만 늘 그랬듯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한번 더 도약하겠다"며 "차세대 반도체 기술의 근원적 연구부터 제품 양산에 이르는 선순환 체계를 확립해 반도체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