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길에 몰린 신창재...풋 옵션 딜레마
||2024.12.20
||2024.12.20
[서울=뉴스프리존]한 민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국제상업회의소(ICC)로부터 19일 회사의 지분을 둘러싼 현안에 대해 답변을 받았다. 그런데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이 겹쳐 있다.
먼저 나쁜 쪽부터 짚어 보자. ICC가 신 회장의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 가격 산정을 강제해달라는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컨소시엄의 청구를 인용했다는 것이다.
ICC는 신 회장이 30일 내 외부 자문기관 등을 통해 풋옵션 가격을 재산정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어피니티, IMM프라이빗에쿼티, EQT파트너스, 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 구성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00억원(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했다.
당시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어피니티는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하지 못하면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하는 권리를 확보했다. 교보생명 IPO가 불발되자 어피니티는 2018년 10월 신 회장에게 주당 40만9000원(총 2조1000억원)에 주식을 되사줄 것을 요구했다.
허나 신 회장은 풋옵션 가격을 제시하지 않는 방식으로 어피니티의 풋옵션 요구를 ‘교묘히’ 피해 왔다.
ICC는 2019년 1차 판정에서 신 회장이 어피니티 등과 맺은 풋옵션 계약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단 어피니티가 주장한 가격 그대로 이행할 의무는 없고, 상호 합의에 따라 재산정한 가격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신 회장 측은 풋옵션 가격 재산정에 응하지 않았다. 어피니티는 2022년 2월 ICC에 2차 중재를 요청했다.
신 회장은 이번 ICC 판정에 따라 풋옵션 의무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문제는 결국 ‘돈’이다. 최소 1조원으로 추산되는 지분 매입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이다.
신 회장은 가진 개인 재산은 교보생명 지분 36%가 거의 전부로 파악된다. 부동산, 예금 등도 있으나 기껏 수억원 정도다. 2013년 현 배우자씨와 재혼 과정에서 적잖은 재산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 지분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할 방법을 강구중이라는 게 교보생명츠측의 설명이다. 허나 여러 곳에서 나눠 대출하더라도 1조원이 넘는 돈을 한꺼번에 빌리는 것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이 나온다.
담보 대출 말고 지분 매각도 또 다른 선택지로 떠 오른다. 허나 이는 지분 희석으로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이 경우, 어피니티가 최대 주주로 올라서 교보생명과 그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다”며 “한순간에 교보생명의 주인이 바뀌는 모습이다”리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그대로 다행인 것은 어피니티가 당초 요구했던 40만9000원보다 대폭 낮아진 수준에서 풋옵션 행사 가격이 정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을 법하다.
교보생명측은 어피니티측의 풋옵션 행사 가격이 주당 20만원을 넘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8월 교보생명이 우리 사주 조합과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2%를 매입할 당시 주당 가격이 19만8000원이었다는 근거에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풋옵션 분쟁 이후 처음으로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치평가를 받아 산정됐다"고 강조했다.
허나 이는 단순한 교보생명의 단순 ‘희망사항’이라는 일부의 판단도 나온다. FI의 속성상 절대 손해 볼 장사를 하지 않을 것이며 교보생명과 지루한 기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교보생명은 어피니티와의 풋옵션 분쟁 해결의 핵심은 주당 가치 산정 절차의 공정정 확보에 있다는 입장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중재판정에 따라 평가기관 선임, 그에 따른 주당가치 산정 절차가 앞으로 분쟁 해결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라며 "(독립적) 제3의 평가기관이 산정한 풋옵션 가격이 어피니티의 초기 투자가격인 24만5천원을 초과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