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언론은 내란세력의 스피커 노릇 멈추라”
||2024.12.20
||2024.12.2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12·3 내란사태를 부인하는 책임자나 대리인 주장을 받아쓰는 보도를 쏟아내는 언론에 “사실상 내란 선동의 길을 터 주는 몰지각”이라며 “내란세력의 스피커 노릇을 당장 멈추라”고 밝혔다.
민변(회장 윤복남)은 20일 성명을 내고 “시민들이 여전히 공포와 스트레스에 질려 있는 현 상황에서 관성에 젖은 언론의 무비판적인 받아쓰기 보도는 사실상 내란 선동의 길을 터 주는 몰지각에 이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변은 “19일(어제) 언론은 대통령의 40년 지기라는 석동현 변호사의 입을 빌어 내란 수괴 피의자 윤석열의 입장을 전달했다”며 “윤석열로부터 직접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라거나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 지시받았다고 밝힌 계엄군 지휘관들의 국회 증언이나 수사기관에서 진술과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라고 했다. 민변은 “국회로 간 군인들이 실무장하지 않은 상태였다거나 윤석열이 시민을 다치게 하지 말라고 했다는 주장도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했다.
앞선 19일 윤 대통령의 40년지기 친구로 알려진 석 변호사는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란 아닌 소란 정도”라며 “(윤 대통령은) 국회의원을 체포하라, 끌어내라고 한 적이 없다”며 “체포의 ‘체’자도 꺼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현장 군 지휘관들과 경찰청장의 증언을 모두 부정하는 주장이다.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 부수고 들어가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도 윤 대통령이 “왜 (의원들을) 끌어내지 못하느냐”고 했다고 증언했다. 조지호 경찰청장도 윤 대통령이 12월3일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 사이 6번 전화해 의원 체포를 명령했다고 진술했다.
민변은 석 변호사 주장이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로만 규정된 내란수괴죄를 어떻게 해서든 피해 가려는 윤석열의 절박함이 반영된 지극히 계산적인 허위 발언”이라고 했다. △국회 투입된 군인들이 각종 총기로 무장하고 실탄 수천 발과 수류탄을 챙겨 출동했다는 군 핵심 관계자와 목격자들의 증언 및 관련 자료 △수도권 소재 일부 군 병원에서 계엄 하루 전 환자 폭증 상황에 대비해 환자 전시 분류작업을 했다는 사실 △계엄 선포 1시간 뒤 북한과 접경지역인 강원도 양구와 고성 군청에 군 병력이 무기와 통신 장비를 소지한 채 진입한 점 등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인명 살상까지 예비하며 유혈사태를 준비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민변은 “이날 많은 언론이 받아쓴, 내란 및 군사반란죄 피의자인 김용현의 옥중 입장문도 마찬가지”라며 “법리에도 맞지 않는 일방적인 주장을 언론이 받아 적은 데 이어 두 번째 충실한 전언이었다”고 비판했다. ‘12·3 내란사태’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13일 변호인단을 통해 “비상계엄의 선포 요건 판단은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통치행위”로 “사법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내란죄 수사가 오히려 국헌문란 행위”라고 주장했다.
민변은 “문제는 기자회견이나 입장문이라는 형식을 차용한 이러한 발언들이 대부분 거짓말이거나 확립된 법리에 어긋나는 데도 지금까지 나온 관련 증언이나 증거 자료와 이들의 발언 내용을 최소한이라도 비교 검증한 언론이 많지 않고, 석 변호사와 김용현의 말을 그대로 받아쓴 기사가 대다수였다는 점”이라고 했다.
민변은 “어떤 죄질 나쁜 강력범죄 피의자가 정식으로 선임한 변호사도 아닌 ‘지인’의 입을 통해 자신의 결백함을 강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언론이 일제히 받아쓰게 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그 특권은 결국 선정적인 받아쓰기에 목매는 언론이 부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언론이 윤석열의 정신적 스승으로 알려진 천공의 유튜브 강의 영상 내용, 내란죄를 부인하는 전원책 변호사, 부정선거를 확신한다며 계엄 정당성을 옹호하는 전광훈씨의 주장을 담은 기사가 사실관계 확인이나 검증 없이 대거 쏟아졌다고도 지적했다. “음모론이나 허튼소리, 거짓말, 틀린 주장이라도 따옴표를 치고 그대로 베껴 쓰고 있으며 관련 내용에 대한 추가 취재를 통해 반론을 싣고 논평을 추가한 기사들은 그 수가 훨씬 적다”는 것이다.
민변은 “받아쓰기 기사들은 현재와 같은 체제의 위기 상황에서는 그 존재만으로도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친다”며 “내란을 합리화 내지 비호하고 내란세력에게 유리하게 각색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차 계엄 모의가 있었다는 각종 정황까지 드러나 시민들이 공포와 스트레스에 질려 있는 현 상황에서 관성에 젖은 언론의 무비판적인 받아쓰기 보도는 사실상 내란 선동의 길을 터 주는 몰지각에 이르고 있다”며 “내란 세력의 스피커 노릇을 당장 멈추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희영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 위원장은 20일 통화에서 “따옴표 저널리즘, 받아쓰기 기사는 계엄 전부터도 문제였으나 비상시국인 내란 사태에선 그 보도량도, 폐해도 극대화되고 있다”며 “사실상 지지자들에게 내란선동에 준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고 성명을 발행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