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다이어트약’ 위고비, 오남용 우려 속 빛과 그림자
||2024.12.20
||2024.12.20
[더퍼블릭=유수진 기자] 국내에서 비만치료제로 허가받은 글루카곤 유사펩타이드-1(GLP-1)주사제 ‘위고비’(세마글루티드)가 ‘기적의 다이어트약’으로 불리며 다이어트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약 40만 원에 달하는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당뇨병이나 비만 치료보다는 미용 목적으로 오남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LP-1 제제는 체내에서 GLP-1 호르몬의 유사체로 작용한다. 이 제제는 당초 인슐린 합성·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을 감소시키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이후 연구를 통해 위장관 운동 조절, 포만감 증가, 식욕 억제 등의 효과가 입증되면서 비만 치료제로도 적응증이 확장되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위고비는 체중 감소 효과를 인정받아 고도비만 환자들을 위한 자가 주사제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 고도비만 환자 또는 BMI 27 이상이면서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심혈관질환 중 하나 이상의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만 처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위고비를 처방받아 사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인터넷에서는 약을 처방해주는 병원 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위고비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 비만치료제 처방을 제한하는 조처를 내놓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위고비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주의를 당부하며, 장기적인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위고비는 허가 범위 내에서 사용하더라도 두통, 구토, 설사, 변비, 담석증, 모발 손실, 급성 췌장염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며, 오남용 시에는 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지난 13일 한국의학바이오 기자협회와 공동 심포지엄을 열고 GLP-1 제제가 올바르게 사용될 경우 체중 감량과 더불어 지방간, 고지혈증 개선,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좋은 약’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비만이 아닌 일반인이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부작용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비만하지 않고 건강한 사람들이 위고비를 처방받아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작 저소득층 고도비만 환자들은 비용 부담 때문에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당뇨병학회 최성희 교수는 “SNS에서 BMI 20 이하로 보이는 날씬한 모델이 위고비를 처방받아 효과를 확인했다는 충격적인 후기를 봤다”며 무분별한 사용의 확산이 초래할 문제를 우려했다. 이처럼 무분별한 사용이 지속되면 부작용에 따른 의료비용 증가로 국가 보험 재정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정작 치료가 필요한 당뇨병 환자들은 약을 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용호 교수는 “비만 수술이 급여화된 것처럼 GLP-1 제제도 급여화가 이뤄져야 제도권 내에서 처방이 통제되고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며 “특히 당뇨병과 비만 유병률이 높은 20~30대가 초기부터 급여화된 상황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