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된 태광그룹 계열 저축은행
||2024.12.20
||2024.12.20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태광그룹 계열 저축은행인 고려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이 골칫거리 신세가 됐다. 업황 악화로 실적 및 건전성 저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부통제에 있어서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포착되고 있는 탓이다. 이에 경영 정상화와 더불어 강도 높은 쇄신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 대규모 적자 행진에 건전성 악화
경영공시에 따르면 고려저축은행은 2022년부터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1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40억원대 적자를 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손실 규모는 273억원에 달했다.
예가람저축은행도 2022년부터 순이익 감소세가 이어지더니 올해 들어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예가람저축은행의 3분기 누적 기준 순손실은 219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저축은행은 2021년까지도 수백억원대 순이익을 내면서 견조한 실적을 내왔던 곳이지만 업황 난조가 본격화된 2022년부터는 맥을 못 추고 있다. △고금리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대손비용 증가 △충당금 적립 부담 확대 △건전성 악화 등이 이어지면서 수익 관리에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건전성 지표도 뒷걸음질쳤다. 올해 3분기 기준 고려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14%로, 전년 같은 기간(4.69%) 대비 5.45%p(퍼센트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예가람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4.26%p 상승한 9.63%를 기록했다.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면서 신용등급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올해 나이스신용평가는 고려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문제는 실적 외에 내부통제 관리에도 다양한 문제점이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고려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이 고객 신용정보를 대주주 관계사에 동의 없이 넘기고 310억 규모의 대출을 부당하게 취급한 사실 등을 적발해 기관주의와 약 20억원 과징금 제재를 내렸다.
과징금 규모는 예가람저축은행 10억3,400만원, 고려저축은행 9억4,800만원이다. 여기에 고려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은 각각 과태료 2,400만원, 3억5,400만원도 부과 받았다. 전·현직 임직원에 대해선 주의견책 및 과태료 등의 제재가 함께 내려졌다.
주요 적발 사항을 살펴보면 우선 두 저축은행은 고객 개인신용정보를 부당 제공해 신용정보법도 위반했다. 고려저축은행은 2018년 4월부터 2021년 11월 기간 중 저축은행 대주단에 참여해 대출을 취급하면서 대출약정에 관한 법률검토를 받기 위해 대주단이 제공한 대출약정서 및 부속서류를 이메일을 통해 대주주 관계사에 제공하는 과정에서 고객 개인신용정보를 부당 제공했다. 고객 등의 대출실행금액, 대출기간, 금리, 연대보증인 정보 등 개인신용정보를 신용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제공한 것이다.
예가람저축은행은 2019년 12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저축은행 업무에 대한 법률검토, 경영현황보고 등의 목적으로 각종 약정서, 소송관련 서류 등을 이메일을 통해 대주주 관계사에게 제공하는 과정에서 고객 신용정보를 부당 제공했다.
◇ 310억 규모 개인사업자 주담대 부당 취급… 내부통제 부실 철퇴
여기에 두 저축은행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310억원 규모의 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부당 취급했다. 고려저축은행은 2020년 12월부터 2021년 9월 기간 중 74명의 개인사업자에 대한 주담대 163억원 가량을 취급하면서 여신심사나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예가람저축은행은 2020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61명에 대한 147억원의 주담대를 부당 취급했다.
개인사업자 주담대는 사업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두 저축은행이 여신심사 및 사후관리를 소홀하게 함으로써 부당 대출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
금감원 측은 “이들 저축은행은 대출 상담시 차주 및 담보제공자 등의 신용정보 조회, 담보물(주택)의 권리관계 열람, 부채증명서 징구 등을 통해 차주의 기존 가계 주담대가 존재한다는 점 및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금이 사업자금이 아닌 기존 가계대출상환 등의 용도로 사용될 것임을 사전에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차주의 차입목적, 차입금규모 등에 대해 심사 및 분석 등을 소홀히 한 채 여신을 취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저축은행은 대출 취급 후 제출된 용도증빙서류에 대해 최소한의 주의를 기울였다면 해당 서류가 위·변조되거나 허위의 내용을 담은 비정상적 자료임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차주 및 대출모집법인에 대한 확인 등의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두 저축은행의 부당대출 이슈는 이번 뿐 만이 아니다. 고려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은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과 관련된 부당대출 사건에 연루된 곳이다. 김 전 의장은 최근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의 청탁을 받고 지난해 8월 고려·예가람저축은행 당시 대표에게 지시해 150억원 상당의 부당대출을 실행하도록 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태광그룹의 외부 감사를 맡은 한 로펌의 고발을 접수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온 바 있다.
김 전 의장은 태광그룹 오너인 이호진 전 회장이 구속된 이후 그룹의 2인자로 경영을 맡아왔던 인물이다. 지난해 8월 이 전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후 태광 측은 김 전 의장을 해임하고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했다. 이에 맞서 김 전 의장은 이 전 회장의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기도 했다.
이러한 갈등 국면 속에서 두 저축은행은 불미스런 구설로 이름을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고려저축은행은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로 그간 끊임없이 구설을 사왔다. 고려저축은행의 최대주주는 이호진 전 회장으로, 지분 30.5%를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총수 일가 및 특수관계법인이 보유 중이다. 예가람저축은행 주주는 고려저축은행(지분 65.3%), 대한화섬(22.16%), 흥국생명(12.54%)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고려저축은행은 실적이 악화돼 배당이 중단되기 전까지 이 전 회장에게 막대한 배당이익을 제공을 하던 곳이었다.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고려저축은행은 매년 1주당 5,000원의 배당을 유지해왔다. 이 기간 이 전 회장은 34억원씩 총 170억원의 배당 수익을 기록했다.
다만 최근엔 대규모 적자에 갖가지 구설까지 더해지면서 골칫거리 신세가 된 모습이다. 경영정상화와 더불어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