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우려 없다”… 전문가들이 본 이커머스 규제의 맹점

IT조선|조상록 기자|2024.12.21

최근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와 중국발 저가 공세로 홍역을 앓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규제 강화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추진되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들이 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산업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일 열린 ‘2024 제2회 온라인유통산업 웨비나’에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유통법학회장 이황 교수, 한국온라인유통연구소연구위원 정경환 변호사, 한국소비자법학회장 고형석 교수, 심재한 교수 / IT조선
20일 열린 ‘2024 제2회 온라인유통산업 웨비나’에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유통법학회장 이황 교수, 한국온라인유통연구소연구위원 정경환 변호사, 한국소비자법학회장 고형석 교수, 심재한 교수 / IT조선

20일 IT조선과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한국유통법학회는 ‘2024 제2회 온라인유통산업 웨비나’를 개최했다. 이번 웨비나는 이커머스 플랫폼 관련 규제 법안을 살펴보고 소비자 관점에서 개선돼야 할 부분을 논의했다.

이날 웨비나는 한국유통법학회장 이황 교수(고려대학교)의 진행으로 한국온라인유통연구소연구위원 정경환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한국소비자법학회장 고형석 교수(한국해양대학교), 심재한 교수(영남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가 참여해 규제 관련 발표와 토론을 펼쳤다.

이날 강연 주제로 정경환 변호사는 ‘2024년 온라인 플랫폼 관련 규제법안 발의 동향과 향후 전망’을, 고형석 교수는 ‘전자상거래법의 개정과 소비자보호관점에서의 시장에 미치는 현황과 전망’을, 심재한 교수는 ‘티메프 사태 전후의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의 규제 변화와 전망’ 등을 다뤘다.

특히 토론에서는 온라인 플랫폼법, 대규모유통업법, 전자상거래법 등 주요 규제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를 다뤘다. 이 법안에 담겨 있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온라인 플랫폼 입점 사업자들의 수수료, 소비자 보호 등의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정경환 변호사는 “독과점 문제가 특별법 제정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고 본다”며 “거래 중개 질서 공정화는 기존 공정거래법으로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어 규율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심재한 교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점유율 구도가 빠르게 바뀌는 역동적인 시장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11번가, 지마켓 등이 지배적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사업자(쿠팡, 네이버 등)들이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런 환경에 독과점을 설정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황 교수는 미국, 유럽에 적용된 디지털 플랫폼법과는 시장의 성격이 다른 점을 제시하며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은 온오프라인 간의 경쟁, 신생 기업들과의 경쟁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어, 일부 시장 집중 문제가 있지만 독과점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수수료 규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정부가 시장 가격에 관여 또는 규제하기보다 시장의 흐름에 맡겨야 한다는 부분에 의견을 모았다.

정경환 변호사는 “수수료 관련해서는 부당하게 차별하지 말고 영세 사업자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지정하는 수수료를 적용하라고 했다. 차별화 부분은 기존 법률도도 해결할 수 있고, 영세 사업자의 경우 공정위가 정하는 수수료 기준이 모든 사업자를 만족시키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형석 교수는 “중개 수수료만 규제하면 광고료 등 다른 형태로 비용이 전가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면 가격 통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티메프 사태 이후 공정위의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도 컸다. 납품대금 20일 내 정산, 판매대금 50% 이상 별도관리 등의 규제는 대형 플랫폼에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심재한 교수는 “대규모 유통업법 개정이 실행되면 큰 기업만 실질적으로 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과 중소 업체들은 재정적 압박에 처할 수밖에 없어 시장 진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일변도보다는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면 시장 실태조사를 면밀히 한 후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유통법학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가 ‘2024 온라인유통산업 규제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20일 웨비나를 개최했다. 이날 웨비나는 IT조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테크잼연구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 / IT조선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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