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세계사의 한 획을 긋는 한해였다. 미국에서는 트럼프의 백악관 귀환이 확정됐고, 일본은 제로금리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때 ‘중동의 파리’로 불렸던 레바논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로 ‘중동의 화약고’로 전락해버렸고, 3년째로 접어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북한군이 참전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은 비상계엄과 탄핵 등의 여파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꺼져가는 성장 동력 속에서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한해였다. 이에 「투데이코리아」는 올해도 한 줄의 뉴스로 스쳐 가면서 놓칠 수 있었던 이슈들을 ‘아듀! 2024’를 통해 정리하고, ‘그 후’를 통해 새롭게 밝혀진 사실도 추가로 보도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재표결이 진행되고 있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김유진 기자 | 2024년은 분노와 눈물로 뒤덮인 한해였다. 의료계와 정부의 첨예한 갈등부터 네거티브로 얼룩졌던 서울시교육감 선거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딥페이크 범죄까지 사회를 둘러싼 갈등은 끊이질 않았다.
이러한 상황 속 ‘탄핵 정국’의 상황까지 맞물리면서 혼란은 가중되었다. 매주 토요일마다 탄핵과 특검을 촉구하는 사람들이 촛불을 들었고, 시위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선결제로 참여자들을 응원했다.
특히 계엄령 선포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특정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전 연령대에서 나오기 시작했고, 민중가요가 아닌 K-POP를 부르며 응원봉을 든 모습에 대해서는 새로운 집회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탄핵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으며, 사회적 혼란을 야기시킨 갈등들에 대한 실마리도 아직까지도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후보가 서울 마포구 후보자 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 네거티브 공세에 파묻힌 서울시교육감 보궐 선거
지난 10월 서울시교육감 재·보궐 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양 진영은 단일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오랜 진통을 겪었다.
보수 진영의 단일화 기구 통합대책위원회는 여론 조사를 통해 조전혁 후보를 보수 진영의 단일 후보로 추대했으나, 안영옥 후보와 홍후조 후보가 결과에 불복한다는 뜻을 내비치며 단일화를 거부했다.
또한 진보 진영 역시 후보 5명이 기자회견을 통해 단일화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전하는 등의 잡음이 이어졌으나, 진영의 승리와 표의 집결을 위해 기존의 입장을 선회했다.
결국 정근식 후보가 진보 진영의 단일 후보로, 조전혁 후보가 보수 진영의 단일 후보로 선출되며 본투표 투표 용지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정책이나 공약 검증이 아닌 학교폭력 등과 같은 네거티브 공방만 이어지면서 유권자들만 피로도를 올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 후보는 진보 계열 유튜버들이 주최한 합동 토론회에서 조 후보의 고교 시절 같은 반 학생을 폭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예전에 자신이 친구의 턱을 때려 중상을 입히고 전학 갔던 일은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가”라며 “당시 상황에 대해 다시 설명하고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3초 만에 벌어진 일이고 지속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학폭은 아니다”라고 반박했으며 정 후보의 아들 정모 씨의 탈세 의혹을 언급했다.
그는 “지금과 같이 의혹만 제기된 상황에서 아무런 해명이 없다면, 정근식 후보가 교육을 책임질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직격했다.
결국 이러한 네거티브 공세의 결과는 저조한 투표율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10월 11일과 12일 양일간 진행된 사전투표에는 전체 유권자 832만1972명 중 68만9460명이 참여해 투표율이 8.28%에 그쳤다.
이전까지 지방선거 등과 함께 실시된 교육감 투표율이 통상 50%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보궐선거의 사전투표율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다.
또한 보선 투표율은 23.48%를 기록하며, 교육감 직선제가 처음 도입된 2008년 선거 이래 가장 낮은 투표율로 집계됐다.
▲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 의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끝나지 않는 의·정 갈등, 정부와 의료계의 힘 겨루기 멈춰야
정부의 의료개혁으로 인한 의대 정원 증원의 문제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년을 넘기고 있다. 특히 의대생 집단행동 사태도 10개월을 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들의 첨예한 갈등으로 생겨난 파편이 시민의 목숨을 앗아가는 안타까운 사건을 발생시켰다.
지난달 21일 서울에서 생후 18개월 영아 이 군의 손가락 2개가 절단된 사고가 발생했지만,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병원 15곳이 환자 수용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결국 이 군은 사고 발생 약 2시간 만에 서울 송파구 뉴스타트 병원으로 이송돼 이날 오후 9시경 접합 수술을 받게 되었으며 현재는 회복 중인 상태로 전해졌다.
수용을 거부한 병원은 총 15곳이었으며, 이 중에는 한양대병원, 서울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 등 4곳의 상급종합병원도 포함됐었다.
당시 병원들은 “정형외과 진료가 불가능하다”, “손가락 접합 수술을 할 수 없다”, “환자가 너무 어리다”, “진료를 볼 의사가 없다” 등을 언급하며 환장의 이송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의식 장애 증상을 보이던 여성이 응급상황에 빠져 병원을 찾아 헤메다 결국 세상을 떠나기도 했으며, 세제를 물로 착각해 삼킨 8살 초등학생이 의료기관을 찾지 못해서 80km가 떨어진 대전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기도 했다.
특히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소하고자 출범한 여야의정협의체가 소득없이 활동 중단을 알리면서 의료계를 비롯한 시민들의 뭇매는 거세져만 가고 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일 협의체 회의 이후 진행된 브리핑에서 “협의체 대표들은 당분간 공식적 회의를 중단하고 휴지기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2025년도 의대 정원 변경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며 “그렇지만 입시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참으로 어려운 요구였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0일 출범한 협의체는 총 4차례의 걸친 전체 회의를 진행했으나, 의정갈등의 주요 안건인 의대정원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려왔다.
특히 탄핵 정국의 영향으로 의료계의 개혁 정책과 관련한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만큼, 의정갈등 문제가 당장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요원해 보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16일 성명을 통해 “의대 증원이 이대로 진행돼 고착화된다면 의학교육과 의료 정상화의 길은 점점 멀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와 정부는 윤석열의 ‘사이비 의료개혁’을 중지시키고, 의대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현 사태를 수습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 서울여성회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가 서울 강남구 강남역 앞에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여성 시민·대학생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일상을 위협하는 ‘딥페이크 범죄’···“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올 한해, 실제 사람의 얼굴을 합성해 허위 사진과 영상을 만드는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가 증가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8월 경찰은 여학생들의 얼굴을 나체 사진에 합성하는 이른바 딥페이크 사진이 대학생 단체 채팅방에서 공유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 운영자 A씨 등은 1천여명이 넘게 참여한 단체 대화방에 허위 성 영상물을 공유했으며,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공유해 피해자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여군을 상대로 한 채팅방까지 공개되며 딥페이크 범죄를 향한 시민들의 분노는 점차 높아져만 갔다.
같은 달 여군을 상대로 성착취 딥페이크 사진을 만들어주는 ‘군수품 창고 대기방’이란 대화방 화면 캡처가 퍼지며 논란이 거세졌다.
해당 채팅방에는 합성된 여군 사진과 함께 “여군들을 용서할 수 없다”며 “벗겨서 망가뜨릴 것” 등의 비하 발언도 함께 게시되어 있었다.
특히 채팅방 관리자는 모 대학 딥페이크 사건이 불거지자 논란을 의식한 듯 “당분간 합성장인 혹은 관리자가 지정한 ‘능욕 메시지’ 보내기 미션을 수행한 사람 외에는 받지 않겠다”고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딥페이크 범죄가 더이상 성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3년간 경찰에 신고된 허위영상물 사건의 피해자 527명 중 315명(59.8%)이 1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허위영상물 범죄의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 중 10대 비율이 2021년 65.4%에서 2023년 75.8%로 늘어나는 등 가해자 중 상당수가 미성년자인 상황이다.
이에 청소년 대다수가 불안에 떨어야만 했던 상황이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불법영상물 관련 청소년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75%가 학교 딥페이트 성범죄 사건 발생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불안의 이유로는 76%가 ‘나도 모르게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45.4%가 ‘내가 아는 주변 사람이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29.7%가 ‘실제 피해를 입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 25.8%가 ‘학교도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에’ 등을 꼽았다.
이와 관련해 박성민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심각한 범죄로 인식할 수 있도록 예방교육과 인식 개선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