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 외국인 ‘차별 실상’ 드러낸 시민단체…국가인권위 공로 인정
||2024.12.23
||2024.12.23
오산시 보호시설에서 거주하는 중증장애 외국인을 통해 귀화·건강보험 정책 차별 실상을 고발한 시민사회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공로를 인정받았다.
사각지대에 놓인 약자를 대신해 목소리를 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제도개선으로 이어진 점이 '우수사례'로 평가된 것이다.
「인천일보 2024년 12월4일 1면 [단독] 법무부, 차별 논란 ‘장애 외국인 귀화’ 개정안 내놔 등」
23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권위는 장애인·이주민·여성 분야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 관계자 7명을 대상으로 보상을 의결했다. 주된 의결 사유는 인권침해와 차별행위의 진상을 규명하고, 중요한 증거자료를 제출했다는 내용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사건의 경중, 기여도 등에 따라 진정인에게 보상할 수 있다는 근거를 두고 있다. 이에 이달 중 의결 통보와 함께 일정 보상금이 지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오산시 이주여성 보호시설인 '민들레쉼터'가 대표로 받는다.
시민단체의 활동은 2022년으로 거슬러 간다. 그해 8월 쉼터에서 지내던 왕모(52)씨는 약 470만원의 건강보험료가 밀려 강제추방을 걱정해야 할 처지였다. 그는 1973년 4월 충청남도 온양(현 아산시)에서 대만 화교 부부의 자녀로 태어났고, 한국에서 계속 지내왔다. 외국도 나가보지 못한, 정체성이 사실상 한국인이다.
하지만 부모가 사망한 뒤 노숙 생활을 전전했다. 대학병원 검사 결과, 사회연령 5.9세에 불과한 중증장애를 앓고 있었다. 쉼터 측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미소득, 장애 진단서 등을 제출하며 면제해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무부에 신청한 귀화 역시도 생계유지 능력이 입증되지 않아 거절됐다. 더구나 이런 위기에 놓인 대상자를 구제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적 장치도 '무용지물'이었다.
장애·질환·채무·빈곤 등이 입증되면 건강보험료를 탕감해주는 '결손처분'은 건강보험 지침에서 내국인만 한정하고 있었다. 외국인은 아무리 한국에 생활 기반을 뒀더라도 사망해야만 적용했다. 귀화의 경우 법무부 지침상 장애인은 생계유지 능력을 확인하지 않아도 심의받을 수 있는 별도 조항이 있는데, '부모가 대한민국 사람' 등으로 제한돼 있었다. 부모가 화교였던 왕씨는 빠지게 된다.
인천일보의 보도로 소식이 일파만파 퍼지자, 시민단체가 모여 9월까지 수차례 기자회견 등을 열며 문제를 알렸다. 또 인권위에 진정을 공식 접수했다. 외국인 인권 보호에 힘써온 권영실 변호사(재단법인 동천)도 나섰다. 그는 진정서 작성 및 법률 해석 등을 도왔다. 인권위는 조사 끝에 올해 4월 법무부와 건강보험공단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법무부는 지침 개정을 위해 지난 16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친 상태다.
인권위 관계자는 “의미 있는 권고를 할 수 있도록 한 진정인에게 규정에 따라 보상을 진행하고자 심의를 했으며, 최종 의결됐다”고 밝혔다.
권영실 변호사는 “사실 왕씨의 체납 건강보험료도 나중에 결국 시민단체가 후원을 통해 대신 납부해줬다. 갖가지 노력을 인권위가 인정해준 것”이라며 “제도 변화도 이뤄졌기에 인권침해 진정 대리인으로서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는 인권위 보상금을 왕씨의 병원 치료비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