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내년 전기요금 ‘일단’ 동결… 탄핵 정국 속 인상 난망
||2024.12.24
||2024.12.24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역대급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전력이 내년 1분기(1~3월)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탄핵 정국을 고려하면 당분간 인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전은 지난 23일 연료비 조정단가를 현행 킬로와트시(㎾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5월 이후 6개 분기째 동결됐다. 산업용 전기요금만 지난해 11월과 올해 10월 두 차례 인상됐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직전 3개월간 국제 연료 가격 변동분을 반영해 ±5원 범위에서 결정된다. 연료비 하락으로 내년 1분기 조정단가는 -5.1원 수준으로 산정됐다. 다만 정부는 한전의 재무 상황을 고려해 상한액인 5원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한전은 2022년 3분기부터 11개 분기 연속으로 최대치인 5원을 적용해왔다. 전기요금은 기본 요금과 전력량 요금, 기후환경 요금, 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번 분기 요금을 추가 인상하려면 전력량 요금이나 기후환경 요금 등 다른 요소를 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탄핵 정국으로 정부 업무가 사실상 마비되면서 전기요금 인상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절차에 돌입하면서 전기요금 인상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탄핵이 확정돼 대선 정국으로 이어지면 요금 인상의 동력은 더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동결로 한전의 재무 상황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한전의 3분기 말 기준 누적 적자는 37조 6906억원, 부채는 204조 1248억원에 달한다. 2021년 2분기부터 적자가 쌓이기 시작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영업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는 이자 비용 납부에 급급한 수준이다. 올해 한전이 납부한 이자만 3조 3000억원으로, 3분기까지의 흑자 5조 9457억원의 55.5%에 달한다.
고환율과 국제유가 상승도 한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달 LNG 가격은 ㎏당 915.9원으로 9월보다 9.2% 상승했다. BC유는 ㎏당 758.87원으로 1.9% 올랐다. 유연탄도 ㎏당 177.07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145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환율이 높으면 연료 수입 비용이 증가한다.
한전의 재정난 해소를 위한 자구 노력도 난항을 겪고 있다. 한전은 자회사 한전KDN의 지분 20%를 증시 상장을 통해 매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탄핵 정국으로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 달 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도 감사보고와 상임이사 선임 관련 안건만 다룬다.
윤석열 정부는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지난 2년 반 동안 7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49.4% 인상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전기요금을 전반적으로 정상화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전은 미래 첨단 산업 기반 조성 등을 위해 추가적인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요금 인상 논의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