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이노엔, 편법 ‘양다리 영업’ 단속 강화… 가족 명의 사업자 겨냥
||2024.12.24
||2024.12.24
[더퍼블릭=이유정 기자] 국내 제약사 HK이노엔이 직원들에게 가족의 개인정보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면서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직원들의 ‘양다리 영업’을 적발하기 위한 강경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조선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HK이노엔은 이달 초 직원들에게 가족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를 제출하라고 공지했다. 중견 제약사 몇 곳도 비슷한 지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 측은 이 조치가 직원들의 ‘양다리 영업’을 색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부모, 배우자, 형제 등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확인해, 가족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한 직원들을 찾아내겠다는 의도다.
‘양다리 영업’은 제약사 영업직원이 소속 회사의 약품 외에 다른 제약사의 약품까지 몰래 판매하며 수수료를 챙기는 관행을 뜻한다.
업계에서는 오래된 문제로 꼽혀왔지만, 최근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10월 보건복지부는 ‘의약품 판촉 영업자 신고제’를 도입해 관할 보건소에 신고한 업체만 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규정을 위반하면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제약사들은 판촉 영업 사업자 자격이 없는 ‘미신고 업체’와의 거래를 끊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양다리 영업’을 하던 직원들은 대거 가족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하는 방법으로 우회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의약품 판촉 영업 업체(CSO)로 등록한 사업자 수는 2019년 약 3000개에서 최근 1만5000개로 급증했다.
제약사들은 이런 편법을 막기 위해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특히 HK이노엔의 사례처럼 직원들의 가족 정보를 요구하거나, 신고 업체 명단과 직원 가족 신상을 대조해 위반 사례를 적발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반발과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다리 영업은 제약사 간의 공정한 경쟁을 해칠 뿐만 아니라 의사 리베이트 문제와도 연결돼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왔다. 영업 직원들은 자신이 확보한 병원과 약국 네트워크를 이용해 경쟁사의 약품을 공급하며 판매액의 40~50%를 수수료로 받는다. 이 수수료가 의사 리베이트로 흘러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양다리 영업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투명한 유통 구조와 내부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와 제약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다리 영업이 완전히 근절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규제와 단속이 강해질수록 더 정교한 회피 수단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제약업계의 신뢰 회복을 위해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