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된 세포 축적, 암 치료법으로 해결 가능성 제시
||2024.12.24
||2024.12.24
세포에는 저마다 ‘수명’이 있다. 각각의 세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전 정보를 복제한 다음 분열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맡은 역할과 기능을 유지한다. 이 과정에서 텔로미어가 조금씩 짧아지면서 노화가 진행된다. 이는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이며, 실제로 세포는 이외에도 산화 스트레스를 비롯한 여러 이유로 인해 급속하게 노화되기도 한다.
노화가 진행돼 분열을 멈춘 세포들은 어떻게 될까? 노화 과정에서 심한 손상이나 감염 등의 문제가 일어난다면 내부 시스템에 의해 사멸 대상이 되지만,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노화된 상태 그대로 축적된다. 최근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Nature Cell Biolo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런 세포를 제거함으로써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는 본질적으로 세포의 집합체다. 따라서 세포의 기능이 좋은지 나쁜지에 따라 건강 상태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근육 감소를 살펴보자. 노화된 근육 세포는 기본적으로 본연의 기능도 약해지며 회복 능력도 둔해진다. 흔히 말하는 ‘근육의 질’이 저하되는 현상이 생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원래 무난하게 하던 수준의 운동도 버겁게 느껴진 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비슷한 강도의 운동을 하고도 더 큰 피로감을 느끼거나 회복이 느려졌을 수 있다. 이러한 현상들이 모두 근육에 노화된 세포가 축적되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몸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 중 인간이 실제로 느끼기 쉬운 사례로는 면역력을 들 수 있다. 노화된 세포가 림프절을 비롯해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곳에 축적된다면 어떨까? 면역 시스템의 전반적인 능력이 약해지는 것은 물론, 염증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아진다.
이는 인간 사회에 비유하자면 전체적인 치안 기능이 약해지고 곳곳에서 크고 작은 범죄가 반복되는 것과 같다. 노화된 세포가 많아질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 고령으로 갈수록 바이러스 등의 감염에 더욱 취약해지고, 백신 접종을 하더라도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이유다.
이런 식으로 노화된 세포는 여러 모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근육과 면역 시스템만을 예로 들었지만, 온몸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세포에 적용되는 이야기다. 활발하게 복제와 분열을 거듭하는 세포보다 분열을 멈춘 노화 세포가 많으면 해당 영역의 기능이 저하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 연구소의 분자 세포 생물학과 연구팀에서는 노화 세포가 어떤 식으로 살아남아 축적되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쥐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결과, 연구팀은 노화된 세포가 PD-L1고 같이 ‘면역 체계를 억제하는 단백질’을 과도하게 발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PD-L1은 암 연구에서 잘 알려진 종류다. 특히 암 세포가 면역을 회피할 때 사용하는 단백질로도 확인돼, 항암제 개발에 있어 중요한 표적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이 단백질은 어떤 이유로 과도하게 발현되는 것일까?
연구팀은 세포의 분열을 자동차의 페달을 밟는 것에 비유했다. 복제와 분열을 진행하는 과정이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것이라면, 분열을 멈추는 것은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이때 ‘브레이크’의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있는데, 이를 가리켜 ‘p16 단백질’이라 한다.
텔로미어 단축으로 인한 노화는 갈 수 있는 데까지 간 다음 자연스럽게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며, 그밖에 산화 스트레스나 염증, 영양 부족 등으로 인한 노화는 목적지까지 가기 전 도중에 멈추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세포는 p16 단백질이 발현되면 복제·분열을 멈추게 된다.
p16 단백질은 PD-L1 단백질의 자연스러운 분해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이로 인해 세포에는 PD-L1의 양이 늘어나게 된다. p16은 분열을 멈추게 함으로써 노화 세포가 되도록 유도하고, PD-L1은 면역 세포가 자신을 제거하지 못하도록 기능을 억제한다. 세포들이 노화된 채로 살아남는 기본적인 메커니즘이다.
연구팀은 노화된 세포가 축적됨으로써 만성 폐 질환을 비롯한 여러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과거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연구팀은 암 치료에 사용되는 ‘면역 요법’으로 축적된 노화 세포를 제거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노화가 진행된 쥐와 폐에 만성 염증성 손상이 있는 쥐를 대상으로 면역 요법을 테스트했다. 그 결과 T세포를 비롯한 면역 세포들이 활성화됐고, 노화 세포를 줄이는 것을 확인했다. 노화의 진행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노화된 세포가 축적되는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연구팀의 발레리 크리자노프스키 교수는 “PD-L1은 노화된 세포에서만 발현되는 것이 아니며, 대량으로 발현된다”라며 “따라서 효과적인 표적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PD-L1과 함께 노화된 세포임을 보여주는 바이오마커를 동시에 식별할 수 있는 항체가 필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