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시 왜 떴을까] 이수페타시스 논란의 유상증자 ‘연이은 제동’
||2024.12.24
||2024.12.24
‘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23일, 이수그룹의 인쇄회로기판(PCB) 전문 계열사이자 코스피 상장사인 이수페타시스와 관련해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공시했습니다. 지난 11일 이수페타시스가 정정 제출한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에 퇴짜를 놓은 건데요. 이수페타시스의 유상증자 추진이 상당한 반발 및 논란을 낳고 있는 가운데, 금감원이 두 번째로 퇴짜를 놨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끕니다.
금감원이 정정을 요구한 증권신고서는 어떤 내용이고,
무엇이 문제가 됐을까요?
이번 금감원 공시의 발단은 지난달 8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수페타시스는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하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죠.
먼저, 유상증자의 규모 및 목적입니다.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가치의 희석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통상 주주 및 주가에 ‘악재’로 여겨지는 사안인데요. 이수페타시스가 꺼내든 유상증자 규모는 5,500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를 위해 현재 발행 주식의 31.78%에 해당하는 주식을 새로 발행할 예정이었고요.
또한 유상증자의 목적에도 물음표가 붙었습니다. 이수페타시스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하게 될 5,500억원 중 2,500억원은 시설투자에, 3,000억원은 기업인수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인수 대상 기업은 2차전지 소재 기업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제이오였습니다. 하지만 사업적 연관성이 없어 인수를 통한 효과를 명확하게 기대하기 어려웠죠. 증권업계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란 평가까지 나왔을 정도입니다.
파문을 불러온 또 다른 요소는 발표 과정 및 시점이었습니다. 이수페타시스는 유상증자 결정 공시를 금요일 장 마감 이후에 발표해 ‘올빼미 공시’라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특히 유상증자 공시에 앞서 제이오 인수 관련 공시를 해 의도적인 시간차 공시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죠. ‘호재성’으로 볼 수 있는 신규투자 공시는 시간 외 단일가 매매시간에 공시하고, ‘악재성’으로 볼 수 있는 유상증자 공시는 매매시간이 완전히 종료된 이후 했기 때문입니다.
거센 반발과 논란에도 이수페타시스는 지난달 18일 유상증자 추진에 따른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큰 벽에 부딪히고 말았는데요. 금감원이 지난 2일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라고 요구하며 퇴짜를 놓은 겁니다. 이에 이수페타시스는 지난 11일 증권신고서를 정정 제출했는데요. 금감원이 23일 또 다시 퇴짜를 놓으면서 예사롭지 않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두 차례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에서 모두 같은 이유를 들었습니다. 증권신고서에 대한 심사결과 증권신고서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또는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은 경우 및 중요사항의 기재나 표시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는 것이었죠.
이수페타시스는 첫 번째 정정 제출에서 제이오 인수와 관련된 내용을 대폭 보강하고, 최대주주인 (주)이수의 유상증자 참여율을 당초 100%에서 120%로 상향하기도 했습니다만, 금감원의 문턱을 넘지 못한 모습입니다.
이수페타시스의 유상증자는 무사히 마무리 될 수 있을까요?
금감원이 두 번째 정정을 요구하면서, 이수페타시스는 또 한 번 증권신고서를 정정해야 하는 까다로운 상황을 맞게 됐습니다. 정정신고서는 3개월 내에 제출해야 하며, 기간을 넘길 경우 관련 내용은 자동 철회됩니다.
최대 쟁점은 역시 제이오 인수와 관련된 내용이 될 텐데요. 제이오 인수 필요성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런데 이수페타시스는 싸늘한 여론을 의식한 듯 첫 번째 정정에서 제이오 인수 관련 내용을 적극 보강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의 퇴짜를 맞은 만큼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상증자 추진 파문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진 점도 변수입니다.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10월 말까지만 해도 4만원대였고, 유상증자 추진 발표 직전엔 3만5,000원대 안팎에 형성돼있었습니다. 그러나 유상증자 추진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해 2만1,000원대까지 추락했죠. 이는 설사 유상증자가 진행되더라도 자금 조달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 이수페타시스는 첫 번째 정정신고서에서 이와 관련된 전망 및 계획도 내놓았습니다. “유상증자 결정 이후 주가 하락으로 인해 기존 조달 목표 금액 대비 적은 금액이 최종 납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조달된 자금에 따라 시설투자 자금과 제이오 인수자금을 동일한 비율로 감액할 계획이라고 밝혔죠. 부족한 자금은 자체 보유현금 및 금융권 차입으로 조달할 계획이고요. 지난 10일을 기산일로 삼아 산정한 조달금액은 약 3,719억원으로 당초 계획했던 5,500억원보다 30% 이상 적습니다. 만약 주가가 더 떨어질 경우 조달자금은 더욱 줄어들 수 있죠.
기습적인 폭탄 유상증자로 큰 파문을 일으킨 이수페타시스가 싸늘한 여론과 금감원의 연이은 퇴짜를 딛고 무사히 계획을 마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 금융감독원, 이수페타시스 관련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 공시 | |
|---|---|
| 2024. 12. 24.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