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 철강’ 공세에 '계엄 쇼크'까지... K-철강 '곡소리'
||2024.12.24
||2024.12.24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중국산 저가 공세 등 대외 악재에 신음하는 국내 철강업계가 '계엄 쇼크'까지 맞으며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3일 국회에서는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주최하는 '계엄 쇼크, 한국 경제 긴급 진단'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회에선 중국발 저가 철강 공세와 글로벌 공급 과잉,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 철강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집중 조명됐다.
한국무역협회(이하 무협)에 따르면 2024년 한국 철강 수출액은 전년 대비 6.5% 감소한 160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글로벌 철강 가격은 톤당 10% 이상 하락했다. 특히 톤당 500달러 수준의 중국산 철강 제품은 한국산 대비 20%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조상현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은 "올해 철강업계는 글로벌 공급 과잉과 단가 하락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중국발 저가 철강 제품의 무분별한 수출에 따라 국내 철강사들은 가격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가격 경쟁력 약화만이 아니다. 경북 지역 경제의 핵심 축인 포항 소재 철강 기업들의 잇따른 생산 시설 폐쇄는 지역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7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지난 10월 포항 1선재공장까지 폐쇄했다. 현대제철도 지난 10월 포항 제2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혼란은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조 원장은 "현재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기업들이 계획을 세우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철강업계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이 대외적으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수출 증가로 이어지기 위한 선결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의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로 투자를 줄이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철강업계에 대한 외국인 투자 규모는 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 감소했다.
이런 위기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2026년부터 본격 시행 예정인 유럽 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때문이다. CBAM은 EU로 수입되는 철강 등 6개 제품군에 대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CBAM은 한국 철강업계에 또 다른 '시한폭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대 EU 철강 수출량은 339만 톤으로, 전체 수출량의 12%를 차지한다. 대한상공회의소 SGI 보고서는 CBAM 도입에 따른 철강업계의 추가 비용이 2026년 851억원에서 2034년 55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철강사들은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29조원을 투입, '녹색 철강 생산'을 위한 기술 개발과 생산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수소환원제철 상용화와 함께 고로와 전로 등 기존 설비를 활용한 저탄소 철강 제품 생산 기술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위해 올해 3000억~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12% 감축하기 위해 고로-전로-전기로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신 전기로' 도입도 추진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 속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는 철강업계 지원을 위한 정책 마련에 착수했다. 연구 개발(R&D) 지원 확대, 친환경 기술 개발을 위한 세액 공제 및 보조금 지급 등 실질적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다.
천하람 의원은 "탄핵 정국으로 주요 경제 정책의 의사 결정이 지연되면서 산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소하고, 철강 산업을 비롯한 주요 산업들이 안정적인 경영 환경 속에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