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고사상과 어깨춤, 그리고 골든타임
||2024.12.25
||2024.12.25
지폐 꽂힌 돼지머리와 막걸리가 올려진 고사상이 눈에 훤하다. 잘 차려진 고사상을 향해 절을 하며 '잘 되게 해주십쇼'라고 외치는 어른들이 초등학교 1학년 눈에는 참 생소했다. 다행히 그때 그 간절했던 바람들이 통했는지 어머니가 운영하는 미용실은 '박물관 앞 OO 미용실'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지금까지 운영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때 그 시절 창업을 결심한 어머니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자주 맞닥뜨렸다고 한다. 벌어들인 돈으로 월세는 충당할지, 손님이 한 명도 없어 망하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했단다. 주로 생계와 직결된 걱정이었다.
다행히 연중무휴로 착실히 일했던 어머니는 몇십 년이 흘러 월세 걱정 필요 없는 가게의 진짜 주인이 됐다. 지갑을 두고 온 할머니 손님에게 '지나가시다 생각나면 주세요'라고 말하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얼마 전 어머니는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흘러나올 때 그는 덩실덩실 어깨춤을 췄다. 먹고사는 게 급급해 세상에 관심을 가질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던 시간을 지나, 그때의 자신과 같은 상황에 있을 사람들을 위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단다.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비상계엄 사태로 불안했던 정국은 해소됐다. 하지만 가결 이후에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런 와중에 경제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몇 년 전부터 연말 특수는 옛말이 됐다. '취소됐던 송년회를 다시 잡으시라'라는 메시지에 소상공인이 마냥 긍정적일 수 없는 이유다.
침체 국면 속 중소상인을 위한 매출 회복 등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자는 선언적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박해윤 경제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