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교부세 개선안, 심각한 지방자치 훼손 우려
||2024.12.25
||2024.12.25
지난달 초 행정안전부가 내년도 보통교부세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저출생·지방소멸 위기 대응을 위해 지방교부세 역할을 확대·강화한다는 것이다. 보통교부세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떠받치는 핵심 제도로,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지자체는 이를 활용해 주민들에게 필수적인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 고유의 필요에 부응하는 정책을 자율적으로 추진하며 지역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특히 보통교부세는 중앙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지자체의 독립적인 재정 운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두드러진다. 지방자치의 기본 원칙은 지자체가 자신의 문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지역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데 있다. 보통교부세는 이러한 지방자치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핵심 도구로 작용한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2025년도 보통교부세 개선안은 이러한 보통교부세의 본질을 훼손할 우려를 낳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지역 주도 지방시대’와 같은 긍정적인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자체의 자율성을 제약하고 중앙정부의 의도를 따르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나 특구 면적에 따라 재정을 배분하려는 기준은 지방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획일적 기준으로 지방을 규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이 선도하는 지방시대를 단순하게 공공의료기관인 지방의료원 병상 수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를 내포한다. 더욱이 양질의 근로자 정주 여건 및 기반시설은 기회발전특구만이 가진 특성이 아니기에 특구 면적이 넓다고 재정이 많이 필요한 것이 아니며, 특히 특구의 지정 권한은 대부분 지지체가 아닌 중앙정부가 갖고 있다. 지정권과 배분권을 가진 중앙정부의 통제 아래 있다는 의미다.
또 출산·양육 지원과 관련된 지방세 감면분을 교부세 수요에 반영하거나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재정수요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은 중앙정부가 지방의 예산 우선순위를 사실상 결정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는 지자체의 독립성과 창의적인 재정 운용 능력을 훼손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지방자치의 근본은 각 지역이 스스로 필요와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데 있다. 모든 지역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지방의 특성과 다양성을 무시하며, 자칫하면 지방 발전을 획일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컨대 저출생 문제 해결이라는 목표 아래 새로운 교부 기준을 도입하고 이에 따른 지출을 강제하려는 방식은 지역의 독창성과 자율성을 심각하게 제약할 수 있는 대표 사례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보통교부세는 지자체가 독립적이고 창의적으로 재정을 운영하도록 설계돼야 한다. 중앙정부가 지방의 재정 운용에 지나치게 개입하거나 특정 목적에 맞춰 제한하려는 시도는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다. 이제는 지자체가 각 지역의 독특한 상황과 필요를 바탕으로 정책을 주도하도록 중앙정부는 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포괄적이고 유연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할 때다.
결론적으로 지자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합리적 통제와 권한 상승에 따른 책임 강화다. 자율성을 부여받는 만큼 책임감 있게 재정을 운용하고 정책적 성과를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과도한 간섭 없이 지역 실정에 맞춘 정책을 시행할 수 있으며, 동시에 국가적 목표와 지역적 필요를 조화롭게 연결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 이는 지자체의 권한을 확대하면서도 책임감을 내재화해 중앙과 지방 간 균형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지역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존중할 때 비로소 꽃피울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기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