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에 막히고 국회는 멈췄고… WGBI 후속 조치 못하는 기재부 ‘한숨’
||2024.12.26
||2024.12.26
한국의 지난 10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승인 이후 후속조치가 잇따라야 하지만, 정부가 추진에 애를 먹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가장 큰 불만 사항이라 1순위 개선 과제로 꼽히는 ‘비과세 사후 신고제’의 경우, 시행령 개정 추진은 ‘법제처’ 해석에 가로막혔고 법 개정도 탄핵 소용돌이에 빠진 ‘국회’ 탓에 기약이 없게 됐다. 아직 WGBI 실제 편입이 이뤄진 것이 아닌 상황인 만큼 이런 후속 조치들이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외국인(비거주자)·외국법인의 ‘비과세’(소득세·법인세) 신청서 제출 의무를 생략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당초 ‘2025년 예산안 및 예산부수법안’과 함께 통과시킬 계획으로 여야 합의를 거쳐 ‘기획재정위원회 대안’에 해당 내용을 반영해 두었으나, 국회가 정부 원안만 통과시키면서 해당 내용은 개정 절차를 밟지 못하게 됐다.
해당 법 개정은 외국인들의 우리나라 국채 투자를 용이하게 한다는 점에서 필요한 조치였다. 앞서 2022년 10월부터 외국인 국채 투자에 대한 이자소득과 양도소득 비과세 조치가 시행된 바 있다. 그런데 우리 현행법에 따르면, 이런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선 ‘비과세 신청서’와 ‘거래 보유 명세서’ 등 증명 자료를 외국인 본인이 직접 일일이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절차는 우리나라·일본 정도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국가는 금융·증권 계좌를 여는 과정에서 시스템상 확인이 가능하기에 별도 신청서 제출 절차를 생략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비과세 신고 원칙은 우리나라 국채에 투자하려는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 “불필요한 제도”라며 불만이 가장 큰 사항이기도 했다.
정부도 이런 건의 사항을 접수하고, WGBI 편입 승인이 이뤄진 지난 10월 이후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각도로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첫 난관은 법제처였다.
기재부 세제실은 법제처에 소득세법·법인세상 ‘비과세 신청서 면제 사항을 ‘시행령’으로 규정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문의했다. 하지만 법제처는 현행법상 ‘비과세를 적용받으려는 외국법인 또는 적격외국금융회사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비과세 적용 신청을 하여야 한다’는 조항과 충돌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결국 기재부는 즉시 발동 가능한 시행령 개정 대신 ‘법 개정’을 택해야 했다. 법 개정안을 가급적 연내 통과시켜 내년 2월부터 바로 적용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탄핵 정국과 맞물린 국회 상황은 두번째 난관이 돼 버렸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초 임시 국회를 통해서라도 해당 법안을 통과시켜 최대한 빨리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시장에서는 국회의 온 신경이 대통령 탄핵 등에 쏠려 있는 상황이지만, WGBI 편입 후속 조치가 후순위로 밀려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WGBI를 관리하는 영국 런던 증권거래소그룹 산하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한국의 실제 WGBI 편입은 내년 11월부터 분기 단위로 1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직 편입이 성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종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이런 작업들이 더욱 중요한 과제로 꼽히는 것이다.
물론 이미 진행된 후속 조치들도 있다. 국세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적격외국금융회사(QFI)의 범위를 유로클리어·클리어스트림 등 국제예탁결제기구(ICSD)로만 한정해, 이런 ICSD를 활용하는 여타 수탁 거래기관들의 등록 절차는 면제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은 지난 11일 자로 입법예고 됐다. 국외 사모펀드를 국채 등 이자·양도소득의 실질 귀속자로 간주해 하위 투자자의 개별 확인 절차 없이 비과세를 적용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