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2024년 에필로그
||2024.12.26
||2024.12.26
다사다난했던 갑진년이 저물고 있다. 매년 연말이면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해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2024년 가을을 맞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모처럼 경사스러운 연말을 맞나 했더니, 윤석열 대통령의 난데없는 비상계엄으로 국민 모두 어안이 벙벙해서 불안, 초조, 그리고 안도의 연말을 보내고 있다. 영화 '서울의 봄'을 현실에서 다시 본 느낌이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하고 “지금 세계 곳곳에서 전쟁하고 있는데, 축하 잔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리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지 못했던 윤석열 정부가 왜 그랬는지도 이제 감이 온다. 윤석열 머리에는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글을 쓴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았으니 산통 깨지는 일이었겠지? 한편으로 한국에서 비상계엄이 발생하고 대통령 탄핵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스웨덴 노벨상 수상식에 참석한 한강 작가는 얼마나 슬펐겠나! 그런데 너무 슬퍼하지는 마시라! 나라가 또 한 번 제대로 서기 위해 거치는 성장통이라 생각하자.
국민은 2024년을 보내며 한시도 마음을 놓은 적이 없었다. 의대 증원에 따른 의료대란, 채상병 사망사건, 총선에서 여당 참패, 검찰의 김건희 디올 백·주가조작 무혐의,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급락, 명태균 선거법 위반 등 하루하루가 사건의 연속이었다. 결국 12월 3일 비상계엄이라는 날벼락까지 떨어져 윤석열 정권은 2024년과 함께 종말을 고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무엇이 두려워 비상계엄이라는 자충수를 두었을까? 추락하는 국민의 지지율 하락을 보며 민심이 무서웠을 것이다. 말로는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고 했지만, 내심 민심이 두렵고 겁나서 잠을 못 이루었을 것이다. 차라리 잘 되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 직면했던 시민은 대한민국이 대단하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었다.
수십만 인파의 촛불집회는 콘서트로 승화하였고, 집회 후 흔적을 남기지 않는 군중은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이제 한국은 K-Drama, K-Movie, K-Pop에 이어 K-Citizen(시민)의 역량을 세계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언제 2002년 붉은 악마가 이렇게 멋지게 진화하였나?
2024년 다사다난은 했지만, 우리를 옥죄었던 올가미 중 하나는 풀렸다. 이제 갑진년 청룡의 해가 저물고, 2025년 초록뱀의 해에는 대한민국과 인천이 다사다난하지 않은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