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 ‘루돌프 사슴 코’는 ‘사슴 코’가 아니었다?
||2024.12.26
||2024.12.26
매년 연말연시 때 들리는 성탄절 노래가 올해는 유난히 밝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어린 시절 길거리 레코드를 파는 가게에서 들리는 캐럴은 빈곤했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 줘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다. 거기에 흰 눈까지 내려주면 그보다 행복할 수가 있을까?
가장 많이 들렸던 캐럴은 ‘징글벨’, ‘루돌프 사슴 코’, ‘창밖을 보라’, 그리고 영어로 부른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팻 분(Pat Boone)의 멋진 목소리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중 ‘루돌프 사슴 코’를 열심히 부르며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다리며 양말을 걸어놓았던 기억이 새롭다. 산타할아버지가 루돌프라는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오실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만일 네가 봤다면/ 불붙는다 했겠지/ 다른 모든 사슴들/ 놀려대며 웃었네/ 가엾은 저 루돌프/ 외톨이가 되었네(중략)."
‘루돌프 사슴 코’로 시작하는데, 영어권에서는 루돌프를 Rudolph, the red-nosed reindeer라고 하며 루돌프는 ‘사슴(deer)’이 아니라 ‘순록(reindeer)’이다. 아마도 어감이 사슴이 조금 더 부드럽게 느껴져서 ‘사슴 코’라고 부른 듯하다. 순록은 추운 툰드라 지역에 사는 동물로, 툰드라의 이끼를 먹으며 지내다 보니 코가 추운 땅이나 눈에 닿기에 코가 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코에 모세혈관이 많이 분포하도록 해 열이 잘 전달되도록 진화했다. 그래서 루돌프의 코는 매우 빨갛다고 표현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순록은 자외선을 볼 수 있는 시력을 가졌지만 녹색과 적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적록색맹이라고 해 루돌프가 따돌림을 당한 것은 코가 빛나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코가 빛날 경우 포식자에게 발견되기 쉬워 공격당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1939년 미국 백화점 광고부에 근무하던 로버트 메이는 아내 에블린 메이가 암에 걸려 투병을 위해 늘 집에만 있어야 했는데, 어린 딸 바바라 메이는 다른 집 엄마들과 다르다며 슬퍼했다고 한다. 이 모습을 본 아버지 로버트는 가족들을 위해 루돌프 동화를 만들었고, 아내는 동화를 듣고 잡지사에 글을 기고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했다. 로버트는 잡지사에 글을 보냈고, 산타의 썰매를 끄는 루돌프라는 캐릭터가 큰 성공을 거뒀다. 산타와 루돌프가 함께 등장하는 광고도 만들어지고 ‘루돌프 사슴 코’라는 동요도 나왔다.
‘루돌프’ 동화는 북극에 있는 산타클로스의 썰매를 이끄는 순록들의 마을에서 시작된다. 순록들 사이에 유달리 붉고 빛나는 코를 가진 루돌프라는 순록이 있었다. 코 때문에 다른 순록들에게 놀림과 조롱, 심지어 따돌림을 당했다.
어느 크리스마스이브 날에 안개가 심하게 껴서 썰매 자체를 끌 수 없게 돼 산타가 "너희들 중에 혹시 반짝이는 불빛을 가진 아이가 있지 않니?"라고 묻자 착한 친구였던 돈더가 루돌프의 얘기를 해 줬다. 루돌프에게 모든 사정을 듣고 난 후 산타는 "누구에게든지 장점은 있단다. 네 코는 반짝이고 빛나서 어두운 밤길을 비춰 줘 길을 알려 줄 거야"라며 달랬다. 안개가 낀 하늘을 달리면서 산타의 썰매가 가는 길을 비춰 주는 루돌프의 코를 보고 감탄하며 이후부터 루돌프 주위에는 많은 친구들이 모여들었다. 루돌프의 단점이 장점으로 승화했다.
사람마다 내 모습을 깨닫지 못하고 남의 시선에 따라 삶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개성을 잘 살리고 주관대로 살면서 외적인 모습보다 내면의 모습에 충실하며 중심을 갖고 살아야 할 것이다. 루돌프의 빨간 코가 앞이 잘 안 보이는 뿌연 안개 속의 길잡이가 돼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