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안전이 최우선이다

기호일보|기호일보|2024.12.26

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
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

학교 공간은 학생들이 위험 요소 없이 학습활동, 체육활동 및 휴식할 수 있는 아이들만을 위한 특수한 장소임에도 요즘 학교 안전사고 증가 현상이 심상치 않다. 지난 10년간 학교 안전사고 건수는 2013년 10만5천88건, 2014년 11만6천527건, 2015년 12만123건, 2016년 11만6천77건, 2017년 11만6천684건, 2018년 12만2천570건, 2019년 13만8천784건, 2020년 4만1천940건, 2021년 9만3천147건, 2022년 14만9천339건으로 코로나로 학생들의 등교가 어려웠던 때를 빼고는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학교 안전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22년 14만9천339건에서 2023년 19만3천177건으로 30% 가까이 급증해 학생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의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특단의 조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데도 2022년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의무가 확대됐고, 동법 시행령 제85조의 5(전용주차구역 및 충전시설의 설치 대상시설)의 교육연구시설에는 학교가 포함돼 학교의 위험 요소를 증가시키고 있다. 

학교에 충전시설이 설치되면 먼저 화재 위험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전기차 화재사고로 인한 많은 인명피해 사례가 보고됐고, 충전 중 뿐만 아니라 주차 중에도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 전기차의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는 일반 소화기로 진화가 어렵고 자동차를 질식 소화포로 덮어 산소를 차단해도 배터리가 다 탈 때까지 화재가 지속되는 특성이 있으며, 현재까지 특별한 소화 방법이 없다고 한다. 학생 밀집도가 높은 학교에서는 배터리가 탈 때 배출되는 독성 가스로 인해 단 한 번의 화재사고로도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충전을 위해 외부 차량의 학교 출입이 증가해 학생 교통사고 등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충전 중인 차량 운전자나 동승자가 교내를 배회해 학생들의 학습에 지장을 초래하고 안전에 위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다행히 해결 방법은 있어 보인다. 경기도교육청이 학교 내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에 대한 학부모와 교직원들의 우려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하고 의무설치 대상에서 학교를 제외해 줄 것을 건의한 결과, 법령 개정 없이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시도 조례 개정을 통해 초·중·고등학교를 의무설치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회신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경기도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보급 및 활성화를 위한 조례’ 개정이 계속 미뤄진다는 것이다. 학교 내 충전시설은 전기차를 이용하는 일부 성인들에게는 편의시설이 되겠지만 학생들에게는 위험시설에 불과하다. 학생들이 사용하지 않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학교 안에 설치하는 것은 학생들의 안전한 학습환경을 보장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안전은 먼저 올바른 것들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다"라고 했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당위성만을 주장하는 어른들로 인해 학생 안전이 후순위로 밀리는 순간, 사고가 잉태되고 언젠가는 대형 사고로 현실화될 수도 있다. 조속히 ‘경기도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보급 및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개정해 충전시설 의무설치 대상에서 학교가 제외되기를 기대한다. 이것이 미래의 희망인 우리 아이들을 위하는 길이고, 학부모들의 민원을 잠재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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